24년래 최소 비용 쓴 파리… 올림픽 ‘승자의 저주’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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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13. 오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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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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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박성배 한양대 교수가 말하는 스포츠 경제학과 올림픽

지난달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 날 CNN은 ‘경제학자들은 올림픽 개최가 재정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는 기사를 냈다. CNN은 유명 스포츠 경제학자인 앤드루 짐벌리스트 스미스대 교수 등을 인용해 “최근 수십 년간 올림픽은 예산 초과, 장기 부채, 인프라 낭비나 환경 피해 등으로 흠집이 났고 비용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아테네·베이징·런던·리우·도쿄 등 최근 5차례 올림픽의 평균 개최 비용은 265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비용은 개최국에 적자와 빚을 남겼다.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은 각각 43억달러, 52억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가 유럽 재정 위기 후 2015년 나랏빚을 못 갚겠다고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배경엔 올림픽 적자로 생긴 빚도 꼽힌다. 스위스 로잔대 마틴 뮐러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1992~2016년 14차례 동·하계 올림픽 중 흑자는 애틀랜타, 시드니, 밴쿠버 등 3곳에 불과했다. 그래서 올림픽 개최가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스포츠 경제학계의 관심은 지난 30여 년간 확장 일변도였던 올림픽이 지금처럼 개최 신청국이 돌아가면서 여는 시스템을 재무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다. 지난 2일 만난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추진했던 올림픽의 상업화, 프로화, 초대형화가 경제적으로 볼 때 더는 확장되기 어려운 한계에 도달했다”며 “불어나는 개최 비용에 2024년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가 파리와 LA 2곳밖에 없자, IOC가 조정해 올해 파리, 2028년 LA를 개최지로 정한 게 그 증거”라고 했다. 개최 신청은 2012년 대회 때 9곳에서, 2016년 7곳, 2020년 6곳으로 감소 추세였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박성배 교수가 파리 올림픽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 파리 올림픽의 경제 효과

–파리 올림픽의 수지 타산은.

“파리는 비용 절감을 외쳤다. 그 결과 약 8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이 들어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 미만의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1만명 넘는 선수가 참가하면서 올림픽 개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고, 손익분기점을 점점 맞추기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파리 올림픽은 경기장 등 95% 이상의 시설물을 재활용했기 때문에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IOC도 개막식에 8만석 이상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이번엔 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올림픽 효과를 볼까.

“올림픽 이후 관광객이 늘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파리는 원래 관광객이 많다. 올림픽으로 인한 순수한 관광 증대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일자리도 파트타임이나 4만5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무보수로 헌신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간 투자한 인프라로 국가 균형 발전과 도시 재생에 도움이 됐을 것이고, 프랑스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승자의 저주’ 잇따른 올림픽

–올림픽 상업주의는 심해졌는데, 왜 개최지는 손해 보고 빚더미에 앉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나.

“IOC 기준에선 올림픽은 굉장한 흑자다. IOC는 4년마다 재무보고서를 내는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 올림픽을 포함한 기간의 매출은 76억달러로 20여 년전보다 2.5배로 늘었다. 매출 61%가 방송 중계권료이고, 30%가 주요 기업 후원이다. 이 중 10%는 IOC 운영비로 나간다. 올림픽 개최국이 얼마나 손해를 많이 보든 상관없이 IOC 매출은 계속 늘었다. 그런데 IOC가 개최국에 보내는 지원금은 전체 개최 예산의 10%정도밖에 안 된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개최 비용을 대부분 개최국이 재정과 부채 등으로 자체 조달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400억달러 넘게,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500억달러 이상 썼다는 보고서도 있다.”

–1984년 LA 같은 ‘흑자 올림픽’이 다시 나올까.

“최근 개최 비용이 급증한 것은 경기장 신설 비용 때문이다. 대략적인 숫자로 설명해 보겠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경기장 10개를 지었는데, 하나에 2000억원씩 약 2조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2021년 도쿄 올림픽의 주 경기장 하나를 짓는 데 약 1조5000억원이 들어갔다. 예전에 경기장 8~9개 짓는 비용으로 지금은 경기장 하나를 짓는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초대형화로 나가다 보니 이미 기존에 경기장이 충분히 많은 미국, 유럽의 부국이나 중국 정도나 감당할 수 있는 행사가 돼 버렸다. 2028년 LA 올림픽은 추가로 경기장을 짓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때 다시 흑자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 개최국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올림픽, 어떻게?

–경기장 비용 급증을 해결할 방법은.

“이미 올림픽이 초대형화돼서 뾰족한 해답은 없어 보인다. 몇 가지 대안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개최국에 없는 종목을 위해 임시 경기장을 세웠다가 대회 후 철거하는 대신, 인접 국가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재활용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974스타디움’은 컨테이너 974개로 만들었다가, 대회 후 운수용 컨테이너로 재활용했다. 셋째, 대회 후 철거하기 쉽게 만든 건축물을 활용한다. 넷째, 이미 시설이 충분한 나라에 올림픽을 개최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올림픽 개최 아이디어는.

“2주 남짓의 초대형 이벤트를 위해 무리하게 새로운 스포츠 시설을 짓는 것은 이제는 지양해야 하고 고비용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유명 스포츠 경제학자인 짐벌리스트 교수는 그리스 아테네와 같이 한곳을 정해서 계속 개최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한곳만 지정하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고, 그 나라의 부담도 클 것이다. 이미 시설이 갖춰져 있고 최소 비용으로 기존 시설을 재활용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나라에 개최권을 주는 걸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여러 나라에서 종목별로 분산 개최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연합뉴스11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이 화려한 불꽃과 함께 막을 내리고 있다.

“소수 정예화하는 올림픽 스폰서… 후원 기업 500곳서 14곳으로 줄어”

박성배 교수는 스포츠와 기업의 관계에 대해 “경기 결과를 만드는 많은 요소는 기업들의 다양한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다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상 지원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림픽 때 기업 후원 늘리면 안 되나.

“1984년 LA 올림픽 때 후원 기업이 500곳이 넘었다. 그런데 스폰서가 너무 많으면 광고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후 IOC는 후원 기업을 확 줄였고, 현재 삼성, 코카콜라, 도요타 등 14곳이 월드 와이드 파트너 기업으로 있다. 이들은 1000억~2000억원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또 ‘Fewer, Bigger, Better(더 적게, 더 크게, 더 좋게)’ 구호에 따라 더 적은 후원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칙이 강조된다. 개최국 조직위원회도 자체 기업 스폰서를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광고 효과를 감안하면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경제적 효과를 따지면 올림픽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기업 후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 후원 없는 스포츠, 가능한가.

“스포츠 경기 결과는 ‘열매’라고 표현한다. 열매가 열리려면 나무의 뿌리, 줄기, 잎사귀 등이 필요하듯 경기 결과가 나오기 위해 선수 평가 분석, 운동 능력 극대화 등을 위한 데이터 분석, 중계를 위한 미디어 기술, 경기장 시설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스포츠는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만드는 다양한 연계 산업과 기업의 가치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포츠 비즈니스는 어떻게 하나.

“일반 기업과 스포츠 구단의 목표는 다르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 시장 점유율 향상 등이 목표다. 그러나 스포츠 구단은 목표가 두 가지다. 경기 우승이 있고, 돈도 벌어야 한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 구단은 크게 두 조직으로 구성된다. 선수단은 오로지 우승에 집중한다. 그리고 프런트라고 부르는 사무국은 돈을 버는 게 목표다. 우승팀이 항상 돈을 버는 게 아니고, 그렇다고 꼴찌 팀이 항상 적자를 보는 것도 아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경쟁에서는 이겨 승자가 되긴 했지만, 너무 과도한 비용을 쏟아부어서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박성배 교수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스포츠 경영학 석사, 노던콜로라도대에서 스포츠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인트리오대 교수, 곤자가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스포츠 에이전트, 천사인가 악마인가?’ ‘성공하는 스포츠 비즈니스’ ‘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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