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여부와 관련해 “(금융 투자로) 5년간 5억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의 반대에도 금투세 완화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밤 KBS가 생중계한 민주당 당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 “조세는 국가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금투세 완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금투세는) 5년 동안 연간 5000만원, 2억5000만원을 벌어야 세금 대상인데, 이걸 연간 1억원 정도로 올려서 5년 동안 5억원 번 것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주자는 것”이라며 “전체(제도 자체)를 폐지하면 고소득자들의 세금이 빠져나가니 그건 그대로 과세하되 이런 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만 주가가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며 “최소한 상당 기간은 (금투세를) 미루는 것을 포함해 면세점을 올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 투자로 연간 1억원 정도 소득을 올린 경우는 고소득자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25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등 민생에서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시행하겠다”며 “여론조사를 보니 극단으로 나뉜 진영에서도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데 찬성하는 여론은 34.6%, 반대는 43.2%”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지난 23일 당대표로 선출되고 처음으로 주재한 당 지도부 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내걸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본격적인 금투세 완화 관련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이지만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세제 개편 이슈에 접점을 보인 것이다.
세법 개정의 키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선 금투세 유예가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속한 ‘더좋은미래’는 이날 금투세 유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와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도 현재로서는 금투세는 예정대로 2025년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정무적 판단에서 중도 공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당내 허들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대표와 제1 야당 유력 대표 후보가 금투세 폐지 또는 완화 입장을 밝힌 만큼 정기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