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터줏대감… ‘네카오’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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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3. 오후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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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위기에 글로벌 빅테크 공세까지 겹쳐 속수무책
국내 IT 플랫폼 시장의 양대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표면적으로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사태’와 카카오의 창업자 구속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위기 원인이다. 하지만 테크 업계에선 구글·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등 혁신적 기술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낼 혁신이 없는 형편을 더 큰 위기로 보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이 전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폐쇄적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유일하게 자국 플랫폼을 갖게 한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엔 검색과 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3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네이버 주가도 비슷한 기간 60% 이상 떨어졌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유럽처럼 해외 빅테크에 국내 플랫폼 시장이 완전히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신사업·해외 모두 부진

국내에서 시장을 독점하며 성장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에 남은 위기 돌파구는 신사업 개척과 글로벌 진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신사업인 게임이나 스토리, 미디어 같은 콘텐츠 부문에선 성장이 정체되거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일본 만화 앱 시장을 장악하며 카카오 최대 해외 실적으로 꼽히던 계열사 카카오픽코마도 지난 5월 ‘둔화된 시장 성장 폭’을 이유로 유럽(프랑스) 시장에서 철수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AI 기술(코GPT)은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그나마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메신저를 활용한 커머스·광고 사업이 버티고 있다.

네이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해외 진출의 대표 실적인 일본 라인야후는 최근 해외 플랫폼을 경계하는 일본 정부와 겪은 마찰로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네이버의 가장 큰 딜레마는 인공지능(AI) 모델이다. 누적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난해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다. 하지만 수십조 원을 퍼붓는 빅테크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성과 없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 생성형 AI 설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올 1분기 1170억원에 불과했다. 네이버가 매년 AI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액수만 7000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그 영향으로 네이버 영업이익률은 2021년 20% 벽이 무너졌고 작년엔 15.4%로 하락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오픈AI와 구글 등 천문학적 투자로 개발 중인 거대 AI 모델과 애초에 성능 경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지어 네이버가 AI와 함께 주력하는 전자상거래 사업마저 알리·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공세로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네이버의 올 1분기 전체 커머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했다. 하지만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성장률이 9%였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시장 지위도 흔들

뚜렷한 미래 전략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방처럼 여기던 국내 시장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는 사업의 근간인 검색 시장에서 10년 전만 해도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60% 아래로 떨어졌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네이버의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55.9%로 2위 구글(35.6%)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4700만명 이상이 사용하며 국내 최대 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했던 카카오톡 역시 이용자가 200만명 넘게 줄어들며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구글의 온라인 영상 플랫폼 유튜브(4565만명)에 1위 자리를 내줬다. 10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딸린 메시지 기능(DM)을 애용하는 등 해외 플랫폼에 이용자를 뺏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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