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나가겠다” 계약 만료 전날 통보해도 효력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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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1. 오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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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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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상가 건물들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이태경 기자

상가 임대차 계약의 연장 여부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명시적인 협의가 없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이 계약 만료 전날 “가게를 빼겠다”고 통보해도 효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상가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이 같은 취지로 파기하고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인천 남동구에 있는 B씨의 한 상가 점포를 2018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80만원을 주고 빌렸다. 두 사람은 계약 만료 한 달 전인 2020년 11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 종료 전날인 2020년 12월 29일, A씨는 B씨에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B씨가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됐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상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때 임차인이 언제까지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하는지였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않으면,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는 묵시적 갱신 규정을 두고 있다. 임차인에 대해서는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에도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3개월 후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임차인인 A씨가 계약 기간 만료 한 달 전 갱신 거절을 하지 않아 계약이 자동 연장됐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에게 적용되는 묵시적 갱신 규정을 임차인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2심은 A씨의 해지 통보 3개월 후인 2021년 3월 말 계약이 종료된다고 보고 보증금에서 해당 기간의 월세 등을 제한 뒤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해지 통보에 따라 계약은 원래대로 2020년 12월 30일 종료된다고 판단했다. ‘계약 만료 6개월~1개월 전 갱신을 거절해야 한다’는 묵시적 갱신 규정은 임대인에게만 적용되고, 임차인은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에 임차인의 갱신 거절 통지 기간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상, 임차인의 갱신 거절 통지 기간은 제한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묵시적 갱신 규정을 임차인의 갱신 거절 통지 기간도 한정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계약 갱신을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상가 임차인을 보호함으로써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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