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 경호보다 황폐화된 정치 공론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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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9. 오전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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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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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제이 존슨 前장관
“거친 수사가, 거친 행동·폭력 낳아”
“경호 실패는 명백… 음모론에 먹이주면 안 돼”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17일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화상으로 이날 대담에 참여했다. /아스펜연구소

“갈 때까지 가버린 정치 담론이 제일 문제입니다. 용납할 수 없는 수사(修辭)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트럼프 총격범과 같이 위험하고 미친 사람들이 결국 폭력을 사용합니다.”

17일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 참석한 마이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주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각각 트럼프·오바마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 이번 사태가 “미스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경호 실패”라면서도 “서로를 혐오하고 음모론을 양산하는 갈때까지 가버린 정치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에스퍼는 이날 “끔찍한 사건이었고 대통령이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외곽 경계에서 실패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했다. “경호실의 용맹함과 빠른 판단·대응은 놀랍지만, 연단에서 150야드(약 137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옥상을 노출시킨 것이 눈에 띄는 실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펜실베니아주 출신인 그는 “총격범의 동기가 무엇인지 알아내야하지만 이 지역에는 ‘사냥 문화’가 있다”고도 했다.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내며 비밀경호국(SS)을 관리·감독한 존슨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148야드 이내에 있는 모든 옥상, 열린 창문을 경비하는 것이 공인된 프로토콜”이라며 “아마도 소통의 실패로 보인다”고 했다.

두 전직 장관이 경호 실패보다 더 목소리를 크게낸 것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끔찍한 정치적 담론”이었다. 에스퍼는 “사람들이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누구 책임이냐 묻는 ‘비난 게임(blame game)’이 시작됐고, 보수·진보할 것 없이 음모론이 양산되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일단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심지굳은 자세로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지 극단 세력에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존슨 역시 “지금의 정치 담론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수사(레토릭)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 폭력을 낳는다”며 “트럼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배우자 등 수많은 다른 유명 인사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존슨은 총격범이 사용한 ‘A-15′ 소총을 언급하며 “수정헌법에 총기 소유 권리가 명시돼 있지만, 전쟁에서나 사용되는 무기를 정신나간 20대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존슨은 비밀경호국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비밀경호국은 금융 범죄·위조 화폐 단속 같은 집행 업무와 경호 업무를 병행한다. 존슨은 이번 주만 하더라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F. 주니어를 경호국이 새로 경호하게된 것을 언급하며 “지난 43년 동안 대통령이나 미래·과거의 대통령을 노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호실은 매 경기마다 나가서 노히트 투구를 해야 하고, 주자가 1루로 출루하면 재앙이 되는 매우 힘든 직업이다” “자원이 부족해 항상 도전을 받는다”고 했다.

17일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마크 에스퍼·제이 존슨 전 장관의 대담을 경청하고 있다. /아스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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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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