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버그처럼… ‘작은멋쟁이나비’ 대서양 4200㎞를 논스톱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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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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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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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남미, 순풍타고 이동

1927년 5월 20일 오전 미국 뉴욕을 이륙하는 찰스 린드버그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 린드버그는 이튿날 밤 프랑스 파리에 무사히 착륙해 33시간 30분 논스톱 운항 끝에 대서양 단독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 잠 한 숨 자지 않고 목숨을 건 도전이었다. /미 항공우주박물관

1927년 5월 21일 밤 10시 22분, 프랑스 파리 북동쪽 활주로에 1인승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자 10만여 인파가 환호했다. 전날 오전 7시 52분 미국 뉴욕 비행장을 이륙한 25세 청년 찰스 린드버그가 33시간 30분 논스톱 운항 끝에 대서양 단독 횡단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을 떠오르게 하는 연구 결과가 약 10년간 노력 끝에 발표됐다.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가 쉬지 않고 날아 대서양을 건넜음을 입증했다는 연구다. 나비들의 대서양 횡단 경로는 린드버그보다 남쪽인 아프리카~남미 구간이고, 방향도 동→서로 반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진화생물학연구소와 캐나다 오타와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작은멋쟁이나비가 4200㎞를 이동해 아프리카에서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까지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발표했다.

작은멋쟁이나비

연구진은 남미에 서식하지 않는 작은멋쟁이나비를 2013년 기아나 해변에서 발견한 뒤, 이 무리가 아프리카에서 이동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기아나에서 발견된 작은멋쟁이나비에게 달라붙은 꽃가루의 DNA를 분석해 이 꽃가루가 아프리카 지역 꽃에서 비롯된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기아나에서 발견된 작은멋쟁이나비 유전체를 분석해 아프리카의 작은멋쟁이나비와 거의 같다는 점을 알아냈다. 또 나비 날개에서 확보한 동위원소도 분석해 원산지가 아프리카 지역임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아프리카의 작은멋쟁이나비가 5~8일간 대서양을 쉬지 않고 건너 4200㎞를 이동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연구진은 나비의 대서양 횡단이 순풍을 탔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바람을 타지 않았다면 최장 780㎞까지만 날아갈 수 있는데, 사하라 기류를 탄 덕분에 훨씬 먼 거리를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학계 일각에서는 “나비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갔다”며 우연히 대서양을 건너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나비가 전략적으로 기류를 이용해 활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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