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나토 재건해 푸틴 막아낼 것”... NYT “토론 때보다 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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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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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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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 회의 개막... 우크라에 60조원 군사 지원 유지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안보 협력체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 회의가 9일 사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했다. 2차 대전 종전 후 어수선했던 1949년 북대서양 조약이 체결되며 나토의 출발을 알린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창설 75년을 기념하며 32국 정상이 집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국 정상과 러시아의 침공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3년 연속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중국·북한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의 거친 공세에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고, 미국·유럽에선 고립주의 정치 세력이 힘을 얻는 등 엄중한 상황 가운데 열린다. 하지만 정작 최대 관심사는 TV 토론 참패 뒤 분출하는 고령 논란과 사퇴 압박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다.

바이든은 이날 북대서양 조약 체결 장소인 앤드루 W 멜런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창설 7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수십 개의 추가적 전략적 방공 무기 체계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막을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 계획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 지원을 유지하는 데 합의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미국·독일·루마니아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포대를 추가로 보낸다. 네덜란드는 패트리엇 포대 운영에 필요한 장비, 이탈리아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AMP/T’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캐나다·노르웨이·스페인 등도 나삼스(NASAMS)·호크(HAWKS) 같은 방공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독일 비스바덴에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고 군사 장비 공급을 담당하는 군수사령부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우리는 세계 안보의 보루로 남은 나토를 재건하기 위해 모였고, 미래에도 비전을 지켜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금은 유럽과 대서양 공동체, 그리고 세계를 위한 중추적 순간”이라고도 했다. 재임 중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하도록 압박하고 최근까지도 탈퇴 가능성을 시사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바이든은 10분 넘게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TV 토론 때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바이든 교체론’을 앞장서 제기했던 뉴욕타임스(NYT)도 “비평가들이 큰 실수를 예상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힘 있게 얘기했고, 토론 때보다 강력하고 명료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퇴임을 앞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게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영예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했다.

젤렌스키도 회의장 안팎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행사에서 전날 러시아의 아동 병원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미국 대선이 열리는) 11월을 손꼽고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지원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NATO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퇴임을 앞둔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했다. /EPA 연합뉴스

이번 정상 회의에서는 공동성명 등의 방식으로 러시아 지원 세력으로 지목된 북한·중국·이란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이들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 나토와 인도·태평양 4국까지 아우르는 자유 진영의 강력한 연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7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한다면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이란, 북한, 중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도 대담해질 것이고 이는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자유 민주 진영이 이제 단합해야 할 때이고 그 장소는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행사에 참석해 “북한·중국·이란 등이 러시아를 공짜로 도와주리라 예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무엇을 대가로 제공하는지, 이게 인도·태평양과 세계 다른 지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권위주의 진영은 나토 정상 회의를 주시하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를 적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해 온 나토가 이번 회의에서 어떤 성명을 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나토가 중국을 비방하고, 또한 중국을 구실로 삼아 아시아·태평양에 진출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지역 긴장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일부 나토 회원국은 이번 정상 회의를 트럼프 측 외교·안보 라인과 접촉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수의 동유럽·북유럽 회원국 정상과 장관 및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인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 장관 등과 회동 일정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NATO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회원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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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 미국 대선과 정치, 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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