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최고 직장 석탄공사 “문 닫아주실 사장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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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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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짜리 ‘마지막 사장’ 모집

대한석탄공사 원주 사옥. /대한석탄공사

“1년 뒤 문을 닫기로 예정된 상황이어서 능력 있는 좋은 분들이 사장직에 지원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 큽니다.”

70여 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내년에 폐업하기로 한 대한석탄공사의 신규 사장 공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일 이같이 말했다. 통상 공기업 기관장 임기는 3년이지만, 이번에 뽑는 신임 사장의 임기는 공사 폐업이 예정된 내년까지 1년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간에 노사 합의를 거쳐 공사 폐업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고 폐업 후속 조치를 준비하는 등 짊어져야 할 책임은 무겁다 보니, 후보자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라는 것이다. 석탄공사 사장 자리는 전임 원경환 사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작년 11월 사퇴한 뒤 8개월째 공석 상태다. 광복을 지나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후 가장 오래된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저무는 가운데, 마지막을 책임질 적임자를 찾는 데 정부가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그래픽=이철원

이날 공공 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석탄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제41대 석탄공사 사장 지원자 공개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공모 기한은 15일까지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공사 운영 종료 시까지’다. 공사가 내년까지 문을 닫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탄공사에서 올린 제41대 사장 공모 안내문/대한석탄공사 제공

지난 1950년 6·25전쟁이 한창일 때 설립된 석탄공사는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최고(最古)의 공기업이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주탄종유(主炭從油)’로 표현될 만큼 석탄 중심이었고, 석유는 보조 에너지원 역할만 수행했다. 석탄공사는 이 시기 ‘국민 연료’인 석탄 공급의 중추 역할을 수행했다. 석탄공사의 고용 인원만 1만30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고, 1981년에는 석탄 누적 생산량 1억톤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래픽=이철원

역대 석탄공사 사장을 역임한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굵직한 이름들을 찾을 수 있다. 석탄공사 초대 사장은 이승만 대통령 하야 이후 윤보선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허정 전 국무총리다. 이승만 정부 시기 초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구용서 전 총재가 4대 사장이고, 박정희 정부 시기 경제 수장 중 한 명이었던 태완선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14대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국민 연료로 부상했고, 석탄은 밀려났다. 이른바 ‘주유종탄(主油從炭)’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펼치면서, 석탄공사가 소유한 광산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이 시기부터 석탄공사는 경영난에 빠졌고, 본래 서울 여의도에 있던 본사는 지난 2007년 경기 의정부로 옮겼다가 2014년부터 현재의 강원 원주에 정착하게 됐다. 이후 대한석탄공사가 만성적인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자 폐업 주장이 불거졌고, 그나마 남아있던 광산 3개 중 전남 화순광업소와 태백 장성광업소가 각각 지난해와 올해 폐광됐다. 내년에 공사 소유 마지막 광산인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되면 공사 본부도 문을 닫기로 돼있다.

석탄공사는 1년이라는 짧은 임기라도 수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아무리 문을 닫는 게 정해진 수순이라 해도, 기관장이 없다 보니 기본적인 경영 업무조차 처리하기 어렵다”며 “향후 노사 합의를 통해 폐업 시기를 정해야 하는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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