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 1만4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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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평균 76만원 벌고 80~84세가 가장 많아

/김영근 기자

대전 동구에 사는 명모(82) 할머니는 작년 겨울 내내 냉골에서 지냈다. 고장 난 기름 보일러를 수리할 돈이 없었다. 그는 기초연금 30만원에 폐지를 주워 판 20여만 원을 보태 한 달을 난다. 치매 증상이 점차 심해져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고, 말도 어눌해졌다. 이웃의 요청으로 동사무소 직원이 명씨를 찾아가 면담했다. 직원의 도움으로 명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일러스트=백형선

서울 강서구에 사는 조모(85)씨는 치매인 아내의 간병비 등을 벌기 위해 폐지를 모아 판다. 혼자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종이 박스를 담는다. 월세 5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둘이 산다. 아내가 오랫동안 치매와 관절염을 앓자 몇 년 전부터 자녀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들처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 가는 60세 이상 ‘폐지 줍는 노인’이 전국에 1만4831명에 달한다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8.1세였고, 연령별로는 80~84세(28%)가 가장 많았다. 여성(55.3%)이 남성(43.7%)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이었다. 소득 구간별로는 50만~60만원(23.9%)이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폐지를 줍는 노인 수는 서울이 2530명(17%)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경기도(2511명), 경남(1540명) 순이었다. 인원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0.2%)이었다. 복지부는 “이들 중 28%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며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비율(9%)보다 3배가량 높다”고 했다.

폐지 줍는 노인은 한국의 노인 빈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7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노인 빈곤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가량 높았다. OECD가 노인 빈곤율을 발표한 2009년부터 한국은 매년 40%대의 압도적 빈곤율을 보이며 1위를 기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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