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野와 싸울땐 몸 사리고, 내부 싸움엔 사생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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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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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야당 상임위 독식 땐 무기력
당대표 선거전에 들어서자
당헌·당규까지 어기며 사투

지난 6월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을 때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보여준 행동은 강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일 하겠다던 의원총회는 지난달 15일과 16일 열리지 않았다. 두 날은 토·일요일이었다. 평일 오전 10시에 열린 의원총회는 점심시간 직전에 끝났다. 75년 만의 6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여당 의원들은 에어컨 나오는 국회 안에서 ‘야근 없는 주 5일 의총’을 했다. 이마저도 일주일 뒤인 17일을 끝으로 중단했다. 감동도 없고 성과도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당이 합의하지 않은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의장 집무실을 나섰을 때 그 앞에서 농성 중이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저 지켜만 봤다. 한 여당 당직자는 “회의장 출입을 막으면 국회선진화법 위반이긴 하지만,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길을 막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의원이 한 명도 없어 놀랐다”고 했다. 뒤쪽에서 농성하던 일부 의원은 “우 의장이 지나간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당대표 선거전이 본격화한 지금 국민의힘은 대야 투쟁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역 의원 상당수가 유력 당대표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그 안에서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선거를 돕고 있다. 야당과 싸울 때 얼굴을 제대로 비춘 적 없는 의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일부 의원은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한 근거 없는 의혹을 퍼트리는 데 역할을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현역 의원은 당대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당헌·당규까지 위반하며 사생결단식 투쟁에 앞장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4·10 총선 참패 석 달이 지나도록 ‘선거 패배가 윤석열 대통령 탓이냐,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탓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을 상대로 한 투쟁에는 몸을 사리면서 당내 권력에 줄 서고 그 권력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자신들 모습은 참패 원인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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