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28] 엔지니어가 더 필요하다 엔지니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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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을 얻은 건 초등학교 시절이다. 무역선 선장이던 아버지 선물이다. 소니의 첫 세대 워크맨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 칼럼은 2000년대 태어난 제트세대도 읽는다. 설명이 필요하다. 워크맨은 소니가 1979년 세계 최초로 발매한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다.

잠깐, 제트세대를 위해 카세트테이프가 뭔지도 설명해야 하나? 잠깐, 제트세대는 소니가 뭔지는 알까? 모를 수도 있다는 걱정이 중년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지배하는 2020년대에 일본 회사 소니 제품을 구비한 가정은 몇 없다. 세상 참 빨리 바뀐다.

소니는 20세기 최고 가전제품 회사였다. 소니라는 이름 자체가 선망 대상이었다. 워크맨을 가진 나도 좀 뻐기고 다녔다. 삼성이 벤치마킹해 내놓은 ‘마이마이’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전기 밥솥도 일제가 최고라던 시절이다. 요즘은 쿠쿠가 더 잘한다.

2024년은 전통 승자들이 무너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잘 날던 보잉이 추락하고 있다. 제조 결함으로 사고가 이어지며 벌어진 일이다. 시총과 주문량 모두 에어버스에 밀렸다. 잘 달리던 나이키도 넘어지는 중이다. 시총도 매출도 바닥이다. 한정판 판매나 주력하다 기술 혁신이 중요한 러닝화 시장을 놓쳤다. 요즘은 뉴발란스, 호카 같은 후발 주자들이 더 잘 달린다.

이유는 비슷하다. 재무제표 따지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 다 차지한 탓이다. 수익성만 좇다 보니 창의성과 혁신은 뒷방 신세가 됐다. 소니 최고 엔지니어 곤도 데쓰지로는 2008년 회사를 떠나며 말했다. “소니는 더 이상 기술 중심 회사가 아니다.” 누구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보잉도 나이키도 듣지 않았다.

사실 이 칼럼도 요즘 좀 느슨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수익성, 아니 화제성을 좇다 보니 소재와 문장의 혁신이 줄었다. 고교 시절 독서실에서 도둑맞은 소니 워크맨 같은 글만 쓰다가는 곧 밀려날지도 모른다. 다음 칼럼은 더욱 혁신적으로 돌파하겠다. 데스크 근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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