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박사 이상덕 원장의 코 건강 이야기] 코 기둥이 휘어지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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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9. 오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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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Flickr

코는 얼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면서 인상을 좌우한다. 휘거나 울퉁불퉁하지 않고 똑바로 뻗어 있으면서, 적당한 길이와 높이에 코끝이 살짝 들려 있다면 누가 봐도 멋진 코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비인후과 의사가 보는 예쁜 코는 좀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코가 아니라 코의 속 모양이 궁금하다.

코를 집에 비유하면, 겉으로 보이는 코(외비, 外鼻) 모양은 지붕에 해당한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이자 대들보 역할을 하는 것이 비중격이다. 비중격은 또 지붕(외비) 아래의 공간을 두 개의 방(비강)으로 나누는 역할도 한다. 비중격은 얇은 판 모양으로 생긴 구조물로, 딱딱한 뼈와 물렁한 연골이 퍼즐을 맞추듯 이어져 있다.

비중격이 중요한 것은 콧속 공기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숨쉬는 공기는 코를 지나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간다. 콧속에 공기가 지나는 길인 비강이 막힘없이 뚫려 있으면 코로 시원하게 숨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비강이 좁아지면 코로 숨쉬는 게 답답하고, 비강이 아예 막히면 코로 숨쉬지 못하고 입으로 숨쉰다. 비중격이 비강 한가운데 똑바로 서 있으면 양쪽 비강의 크기가 같고 공기가 잘 흐르지만, 비중격이 휘어지면(비중격만곡증) 비강이 좁아져 공기 흐름이 왜곡되고, 코가 막힌다. 코막힘은 비염이나 축농증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코막힘의 또 한가지 원인이 비중격만곡증이다.

콧속을 내시경으로 보거나 X-레이로 찍으면 열에 일곱은 비중격이 휘어 있다. 이렇게 비중격이 휘면 공기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한다. 공기는 넓은 곳에서 좁은 곳을 지날 때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도 세진다. 코로 들어온 공기가 좁아진 비강으로 빠르고 세게 흐르면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염증(비염)이 생길 수 있으며, 원래 있던 비염도 악화된다. 때로는 넓은 쪽 비강에 염증이 생기는데, 이는 보상 작용 때문에 그렇다.

비염을 약물로 잘 치료해도 비중격이 크게 휘어 있으면 재발하기 쉽다. 비중격만곡증은 뼈와 연골의 구조적인 문제라 약으로는 치료가 안되고, 수술로만 바로 세울 수 있다. 물론 비중격이 휘었다고 다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중격만곡증이 심하지 않아서 약물로 비염이 잘 치료되고, 재발도 잘 하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 없다. 다만 비중격만곡증 때문에 비염이 자꾸 재발하거나, 코막힘이 아주 심해 일상 생활이 크게 불편하다면 수술하는 게 낫다.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휘어진 비중격을 바로 세우거나 두꺼운 비중격의 일부를 잘라 내는 수술이다. 수술 후에는 양쪽 비강의 크기가 같아져 공기가 시원하게 흐르고 코막힘도 해소된다. 환자 중에는 비중격만곡증 수술로 코 모양도 좋아질 수 있는지 묻는 분도 있는데, 비중격 수술을 아무리 잘 해도 코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대들보와 기둥을 바로 세운다고 해서 지붕 모양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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