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누리시길 바랍니다”… ‘남노련 사건’ 재심 무죄, 존댓말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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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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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른바 ‘남노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60대 두 명에게 37년 만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존댓말로 위로하는 문장을 적어 화제다.

법원/조선일보DB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국가보안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A와 B씨의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1986년 서울남부지역노동자동맹(남노련)에 가입한 뒤, 산하 교육 조직인 노동자해방사상연구회에서 사상학습을 하거나 불법 집회에 참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87년 5월 내무부 치안본부는 북한 고무 찬양, 이적단체 구성 및 출판물 제작 등 혐의로 A와 B씨 포함, 남노련 소속 13명을 구속했다. 이른바 ‘남노련 사건’이다. 당시 치안본부는 “북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 노선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을 기도하며 암약한 이적단체를 적발했다”고 했다.

1심은 1987년 9월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B씨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심이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2020년 12월 두 사람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과거 신청됐던 증거를 철회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유죄 판결 이후 37년 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마지막에 ‘맺으며’로 시작하는 문단을 추가하고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초를 겪으셨습니다. 이 판결로써 피고인들이 불행했던 과거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 피고인들이 이루어낸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평어체로 작성하는 판결문에 판사가 존댓말로 위로의 문장을 적는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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