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찬성하다 반대표 던진 김재섭 “야당案은 정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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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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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특검 재표결 저지’ 뭉치는 與

안철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아래)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 표결 때 국민의힘에선 의원 108명 중 안철수·김재섭 의원만 표결에 참여했다. 안·김 의원은 21대 국회 때부터 해병대원 특검 도입에 찬성했는데 이날 표결에서 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김 의원은 반대에 투표했다. 이날 투표한 재석 190명 중 유일한 반대표였다.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을 주장해 온 두 의원의 표결이 갈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뒤 이뤄질 재의(再議) 표결 때도 부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의 반대표 행사가 국민의힘 이탈표 확대를 줄여 재가결 저지선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은 5일 본지 통화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해병대원 특검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이 제출한 특검 법안은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제대로 된 여야 간 토론 한 번 없이 만장일치 투표로 통과시킨 것은 국민의힘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한 해병대원 특검 법안이 21대 법안보다 위헌적 요소가 많아졌다”며 “민주당이 정말로 이 법안을 통과시킬 의도였다면 우리 당과 협의해 일부라도 조정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명분을 만들어줘야 했는데 오히려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민주당 모습을 보며 명백한 정쟁용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與 표결 참석자 2명… 안철수는 찬성, 김재섭은 반대 - 국민의힘 안철수(위) 의원과 김재섭(아래)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이 가결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고, 두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각각 찬성(안철수)·반대(김재섭) 표를 던졌다. /뉴스1

김 의원이 민주당 발의 해병대원 특검법에 반대한다면 국민의힘 다른 의원들처럼 표결에 불참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힌 후로 민주당이 나를 이용하려 했다”며 “‘나는 당신네 정치 놀음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신호를 확실히 주고 싶어서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본회의 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런 뜻을 동료 의원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김 의원은 해병대원 특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들으며 반대 입장을 굳혔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병대 수사단이) 단 1주일 수사로 8명을 입건했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물에 뛰어들어 2명을 구조했지만 채 상병을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중사까지 입건한 것은 정당한 형사 절차로 보기 어렵다는 주 의원 지적에 공감했다”고 했다.

해병대원 특검에 찬성해 온 김 의원이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이뤄질 재의 표결에서도 민주당 특검 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여권에선 보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그런데 민주당 등 범야권은 192석이라 재가결하려면 8석이 부족하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최소 8명이 재의 표결에서 이탈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에서 특검 도입에 찬성하거나 긍정적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김재섭·한지아 의원 등 4명 정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상 규명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민주당 특검 법안은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강한 상황이라 재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 법안을 재발의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반복돼 여론이 악화할 경우 여당의 단일 대오가 흔들릴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특검 재발의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무한 반복해 국민 피로감을 유발하려 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일각에서 대안론도 제기돼 의원들 이탈 표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재섭 의원은 전날 표결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 후보의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후보를 추천하는) 특검 법안을 토대로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말고 제대로 특검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스스로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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