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드라마 연기는 한 땀씩 쌓는 것… 감정 폭발하는 영화와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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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5. 오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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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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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첫 드라마 주연 맡은 ‘삼식이 삼촌’ 송강호 인터뷰

이야기가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더니 여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 출연작 디즈니 ‘삼식이 삼촌’이 지난주 완결했다. 지루한 앞부분에 혹평도 나왔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니 다시 보인다. 슴슴하고 깊이 있는 맛에 물들었다는 평도 있다. 24일 만난 배우 송강호(57)는 “‘삼식이 삼촌’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OTT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묵직하게 정주행할 수 있는 드라마”라며 “요즘같이 빠른 세상에 1960년대 이야기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소구력의 한계에 아쉬움도 있지만 한 땀 한 땀 연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송강호·왼쪽)이 애증의 대상 강성민의 최후를 보고 비통해하는 모습. 배우 변요한·이규형·유재명 등 호연이 합쳐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디즈니 드라마 국내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지만 소재와 더빙의 한계 등으로 해외 성적은 좋지 못했다. /디즈니

그가 연기한 삼식이 삼촌은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다. 가족·친구의 삼시 세끼는 어떻게든 챙겨 ‘삼식이’가 된 수완가. 배만 불리는 게 아니라 마음을 불려주는 사람이었다. ‘올브라이트 장학생’ 출신 엘리트 김산(변요한)의 이상(理想)을 듣고 난 뒤,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쿠데타 계획까지 세운다. 김산을 ‘장관님’이라 부르며 애착을 갖는다. 송강호는 “삼식이는 굴곡지고 처참한 환경을 뚫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김산에게서 인간다운 삶과 사회에 대한 로망,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순수한 열정을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쿠데타는 성공하지 못한다. 대신 드라마는 둘의 믿음, 진심, 헌신에 대한 이야기로 피날레를 완성한다.

한국 현대사를 소재로 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삼식이와 산은 기존 세력 모두와 다른 길을 갔다. 극 중 대통령 부정선거 이후 시위 유혈 진압 사태가 벌어지고 과도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쿠데타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재벌 안기철이 삼식이의 계획을 뺏어 먼저 쿠데타를 성공시킨다. 진짜 똑똑하고 계산 빠른 이 앞에선 삼식이도 미련하고 순박한 존재였음에 연민이 든다. 삼식은 산을 살리고, 살아남은 산은 꿈을 향해 간다.

그래픽=정인성

믿음과 희생이라는, 요즘 보기 드문 메시지는 낯설다. 하지만 송강호가 삼식을 세밀하게 그려나갔다. 상대 역에 따라 다채로운 연기가 나왔다. 송강호는 “영화는 감정을 농축해 짧은 순간에 보여주는 반면, 드라마는 감정을 아주 야금야금 분산해 인물을 ‘쌓아간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며 “나의 캐릭터, 나의 이야기, 나의 연기를 조금 더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마지막 화에서 20여 초 말없이 표정으로 연기한 뒤 ‘김산을 살려달라’ 말하는 부분과, 자신의 마지막 운명을 알게 된 뒤 살포시 웃는 연기는 압권이다. 20여 초 입을 떼려다 말다 울먹이기도 한다. 그는 “그때 삼식이가 느낀 것은 인생과 야심, 야망, 철학이 이렇게 무너진다는 회한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에 대해 송강호는 “눈여겨보지 못한 틈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포착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어 이 작품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의 성공,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등 과거의 쾌거에 연연하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시선’을 가진 작품을 찾는다고 했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공식은 갖췄지만 새로운 시선이 없는 작품도 많은 것 같거든요. 새로운 시선을 따라가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그래서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늘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드라마 출연에 대해선 “더 글로벌한 소재로 세계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심도 난다”고 했다. 배우는 인생과 함께 가는 마라토너 같은 직업이라 삼식이 삼촌처럼 원대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가 이내 말을 고쳤다. “한 계단 한 계단 가는 게 사실 원대한 것일 수 있겠네요. 그렇게 보면 원대할 수 있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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