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가미카제 조종사가 물리치는 고질라… “反戰 영화” “전범 미화” 찬반 격렬한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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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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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개 ‘고질라 마이너스 원’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에서 고질라가 배를 추격하는 장면.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고질라의 질감과 움직임이 잘 표현됐다. /도호 스튜디오

‘반전(反戰) 영화’? ‘전범 미화’? 일본 괴수물 ‘고지라’의 탄생 70주년 기념작 ‘고질라 마이너스 원’(고질라 -1.0)이 국내에 논쟁을 가져왔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일본에 원자폭탄을 연상시키는 ‘방사열선’을 쏘는 거대한 고질라가 등장하고, 이를 전 가미카제 특공대원 등이 쓰러트리는 이야기다. 해외에선 여름철 더위를 날릴 블록버스터로 추천되지만 국내에선 ‘가미카제 미화’ 논란 등이 나오고 있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일본에서 작년 11월, 북미에서 12월 개봉했지만 국내 개봉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1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시각효과상을 받은 작품으로, 11일 현재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

제목은 전쟁으로 무(0)의 상태가 된 일본이 고질라로 인해 더 큰 절망을 맞닥뜨렸음을 표현한 것이다. 국내 시청자들은 두 갈래의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원자폭탄 피해를 입고 패한 일본이 원폭 쏘는 고질라를 쓰러뜨린다는 내용으로, 반성 없는 ‘정신 승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고질라가 쏜 방사열선이 폭발할 때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등 노골적으로 원자폭탄을 연상시켜 이런 해석을 낳았다. 비참한 일본 전후 상황만 보여주며 ‘피해자인 척한다’는 시선도 있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주인공 시키시마가 고질라를 향해 폭탄 실린 비행기를 끌고 돌진하는 장면은 가미카제 미화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1950년대에 시작된 ‘고질라’ 시리즈 자체가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핵실험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고질라는 ‘핵’과 ‘재앙’ ‘전쟁 공포’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그 공포를 이겨내고 ‘계속해서 살아나가라’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전쟁 당시 군인 생명을 경시했다는 대사가 나오고, 민간인이 힘을 합해 고질라를 이겨낸다는 점에서 일 정부 비판 영화라는 분석도 있다. 가미카제 미화가 아니라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존자의 재생을 보여준 것이란 반론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은 한결 가볍다. 넷플릭스 공개 후 “최고의 고질라 시리즈 중 하나” “여름철 선택받은 블록버스터” 호평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라우마에 빠진 일본이 원자폭탄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파괴를 천천히 재건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그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후 생존자의 죄책감을 다룬다”고 했다. 영화를 만든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일본 우익 작가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원의 제로’(2013)로 ‘가미카제 미화’라는 유사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기생수 파트1·2′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등 국내에 알려진 작품들을 감독하기도 했다.

일본이 전후 배경의 모든 영화를 ‘반성문’ 쓰듯 만들 수 없듯, 한국 관객 역시 영화를 역사와 결부해 곱씹어 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런 논란을 제외하고 본다면 역동적이고 실감 나는 시각 효과에 대해선 호평이 나올 만하다. 고질라의 솟아나는 뿔, 바다를 헤엄치는 육중한 몸놀림, 그럼에도 짧은 앞발에 배 나온 귀여운 모양새. 서양의 ‘킹콩’에 대적할 만큼 인기를 끌었던 70살 먹은 고질라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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