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고 웃기는 역할만? 뚱뚱해서 더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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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9.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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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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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집 있는 여성 배역의 새 시대

‘브리저튼 시즌3’ 주인공 페넬로페. /넷플릭스

스토커, 연민의 대상, 아니면 웃음 담당….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렇게 묘사되곤 했던 ‘뚱뚱한’ 여성 배역이 이례적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세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새 시즌 주인공 ‘페넬로페’가 일으킨 돌풍이다. 키 작고 살집 있는 여성 페넬로페를 주인공으로 세운 시즌3가 지난달 공개된 뒤 넷플릭스 순위표는 브리저튼 시리즈가 휩쓸다시피 했다. 시즌3는 세계 1위(TV 영어 부문)에 올랐고, 시즌3에 반한 시청자들이 이전 시즌을 ‘역주행’ 시청하며 3년도 더 된 작품이 상위권에 잇달아 오른 것이다. 최근 글로벌 순위(5월 20~26일)에서 시즌1이 2위, 시즌2가 4위, ‘샬롯 왕비: 브리저튼 외전’이 8위를 각각 차지했다.

“제인 오스틴 같은 캐릭터”

판타지 사극인 브리저튼은 19세기 초 영국 사교계를 소재로 한 볼거리 많은 로맨스물이다. 사교계에 데뷔한 젊은 남녀가 저마다 진정한 짝을 찾아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 브리저튼 집안 자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매 시즌 주인공이 바뀌는데, 시즌3는 브리저튼 집안의 ‘콜린’(루크 뉴턴)을 짝사랑해온 패더링턴 집안의 페넬로페가 중심에 섰다. 페넬로페 역에 키 155cm의 배우 니콜라 코클란이 퉁퉁한 외모로 등장한다. 극 중에 날씬해지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사랑을 얻는다. 아름답고 뜨거운 애정신도 선보였다.

해외 언론에선 “지금까지 브리저튼 시리즈에서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이라고 평하고 있다. ‘구시대적인 사랑 타령’으로 브리저튼 시리즈를 멀리 했던 시청자들도 페넬로페를 보고 ‘입덕’했을 정도다.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꼽히는 건 타인과의 비교 속에 위축돼 사는 많은 이들이 페넬로페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는 점, ‘뚱뚱한’ 여자 주인공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소중하게 그릴 수 있음을 이 드라마가 보여줬다는 점이다.

기존 ‘과체중’ 설정 여자 주인공이 애정 결핍, 사회 부적응자 등으로 그려진 것과 달리 ‘브리저튼 시즌3’의 페넬로페는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다뤄진다. /그래픽=정인성

그동안 과체중 설정의 여자 주인공은 사랑스러움이나 성적인 매력과는 거리가 멀게 묘사되곤 했다. 페넬로페의 살에 묻힌 목덜미는 현재 함께 넷플릭스 상위권에 있는 드라마 ‘베이비 레인디어’에서 스토커로 나오는 여자 주인공 ‘마사’와도 비슷한 느낌도 준다. 하지만 다루는 방식은 정반대다. 브리저튼 3는 페넬로페를 정성스럽게 꾸미고 아름다운 의상을 입혀 사랑스럽고 공감 가는 인물로 그렸다. 제작진은 오드리 헵번과 그레이스 켈리 같은 옛 할리우드 스타들의 우아함에 기반을 둔 의상과 실루엣, 자세를 만들었다고 한다. 콜린이 페넬로페를 여성으로서 느끼게 되는 포인트들도 설득력 있게 연출했다.

“모든 ‘월플라워’에게 바친다”

페넬로페의 성격도 ‘뚱뚱한’ 여자 배역에서 보기 드문 유형이다. 대담한 필치로 사교계 소식지를 쓰는 유명한 ‘레이디 휘슬다운’의 진짜 정체가 바로 그녀다. 출연진 중 가장 다면적인 인물인 동시에,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도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미국 타임지는 “제인 오스틴처럼 페넬로페는 가족의 응접실 너머에 있는 자신의 삶을 쓰고 있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페넬로페는 집안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현실적인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콜린에게 매력 발산 비법을 전수받는다. 이 과정에서 깊숙한 곳에 가둬 두고 있던 자기다움과 자신감을 밖으로 꺼내게 된다.

‘브리저튼 시즌3’의 페넬로페(왼쪽)와 콜린. 친구였던 둘 사이가 변화를 맞는다. /넷플릭스

페넬로페의 외모를 두고 반대 목소리도 있다. 남녀 주인공이 어울리지 않았다는 에두른 평도 있고, “뚱뚱한 여자 주인공 때문에 서사에 몰입할 수 없다” “배우가 살을 빼고 나왔어야 한다”는 직설적인 평도 나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 없다. ‘피지 않는 꽃은 없다’라는 포스터 속 작품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원래 영어 문구는 ‘월플라워(wallflower)도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월플라워는 파티나 무도회에서 중앙에 나아가지 못하고 벽에 붙어있는 사람을 뜻한다. 총괄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는 “페넬로페가 자기 자신, 그리고 잠재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며 “이번 시즌은 전 세계의 월플라워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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