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가 될 상인가” 광선검 든 이정재… 국내선 “기대” 해외선 “또 PC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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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29.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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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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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새 시리즈 ‘애콜라이트’
내달 공개, 국내·해외 반응 엇갈려

스타워즈 드라마 ‘애콜라이트’에서 광선검을 든 ‘솔’ 역의 배우 이정재(오른쪽).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들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잃으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디즈니

스타워즈 세계에 첫 주연급 ‘동양인 제다이’가 다음 주 발을 내딛는다. 핵심 배역 제다이 마스터 ‘솔’에 한국 배우 이정재를 캐스팅한 디즈니 드라마 ‘애콜라이트’가 다음 달 5일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 팬들은 한껏 기대에 들뜬 반면, 해외에선 ‘디즈니의 PC(정치적 올바름)주의가 스타워즈를 죽이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며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솔을 비롯한 주요 배역 대부분이 비(非)백인과 여성으로 채워지면서 원작의 부활을 보고 싶어한 팬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산 것이다.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 영화 중 시간대상 가장 앞선 에피소드 1보다 100년 이른 시대의 이야기다. 디즈니는 2012년 스타워즈 제작사 루커스필름을 인수한 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지휘하고 있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제다이는 우주 평화를 지키는 기사. 루크 스카이워커, 오비완 케노비 등 스타워즈 핵심 인물들이 거쳐간 자리다. 제다이 마스터는 그중에서도 급이 높다. 예고 영상 등을 통해 솔의 출연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팬들은 기존 이정재 출연 영화 대사를 패러디해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쏟아내며 즐기는 분위기다. “내가 제다이가 될 상인가”(‘관상’) “광선검이 두 개지요”(’암살’) “파다완 셋을 팔았다고 하셨는데 그 친구들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재판장님!”(’암살’) 등 과거 대사들을 찰지게 불러냈다.

그래픽=김하경

반면 해외에선 부정적인 밈들이 번졌다. 스타워즈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어 예고편은 역대 스타워즈 관련 드라마 예고편 중 공개 후 하루 동안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눈을 감아라. 무엇이 보이는가 : 디즈니가 파산하는 거요, 망가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요, 우리의 피드백을 신경 쓰지 않는 디즈니요” “스승님, 저는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보고 싶어요! : 다크 사이드에서 빠져나와라!” 등 스타워즈 영화 대사를 빌려 디즈니를 비꼰 것이다. 현재는 영상의 ‘싫어요’ 수가 숨겨졌지만, 한때 ‘싫어요’가 ‘좋아요’의 몇 배에 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대부분의 불만이 향한 곳은 디즈니의 PC 행보다. 디즈니는 앞서 여러 작품에서도 인종·성별 다양성을 캐스팅에 적극 반영해 원작 훼손 논란까지 있었다.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 흑인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고,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 인종과 성별을 바꿨으며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했다. 애콜라이트는 원작이 없는 창작물인 데다 제다이가 반드시 백인 남성이어야 한다는 규칙도 없지만, 디즈니에 쌓여온 불만이 터져나왔다.

애콜라이트의 주인공은 흑인 혼혈 여성(아만들라 스텐버그)이고, 이정재 외에도 주요 배역에 필리핀계 캐나다인(매니 자신토), 아프리카계 영국인(조디 터너 스미스) 등이 캐스팅됐다. 백인 배우는 영화 ‘매트릭스’에 출연한 캐리 앤 모스 등 여성 배우들이다. 배우들의 성적 지향도 다양하다. 이에 ‘이제 디즈니에선 백인 남자 주인공은 볼 수 없는 건가’라는 말도 나왔다. 스타워즈 영화는 에피소드 1~6에서 주요 제다이 역할을 모두 백인 남자 배우가 맡았고, 디즈니 인수 후 나온 속편(에피소드 7~9)에서 여성 제다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감독 레슬리 헤드랜드가 현지 인터뷰에서 “(원작자) 조지 루커스만이 스타워즈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등 원작 팬의 시선에서 주제넘는 발언을 한 것과, 그가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조수로 일했던 점도 미움을 산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서구권 팬덤의 반응이 편협하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관객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인어공주’ 영화가 국내 개봉했을 때 흑인 인어공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한국 관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PC 논란으로 인해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정재 캐스팅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헤드랜드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 이정재를 보자마자 바로 솔이다 싶었다”고 밝혔다. 예고편 속 광선검을 휘두르는 이정재의 눈빛과 목소리는 인상적이다. 작품성으로 스타워즈 팬들의 마음을 얻게 될지는 드라마를 열어봐야 안다.

☞제다이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주 평화를 지키는 선의의 기사들. 광선검을 무기로 쓰며, 눈에 보이지 않는 힘 ‘포스’를 이용한다. ‘포스가 함께하길’이란 그들의 인사말로 잘 알려져 있다. 스승 1명이 제자 1명을 길러내며 시대에 따라 박해도 받는다. 배우 이정재가 맡은 ‘제다이 마스터’는 특출난 공을 세운 존경받는 제다이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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