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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애들 영화 아니고요(오히려 애들은 보면 이해 못할 듯), 어른이 봐야 와닿습니다. 배급사에서 마케팅을 너무 어린이 포커스로 하고 있어서 오해하실 거 같아요. 저도 그런 줄 알고 갔습니다. 이걸 레터로라도 쓸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개봉작 챙기는 의무감으로 관람하다보니 수첩을 안 갖고 가서 메모를 못해 아쉽네요.
제가 관람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15분(용산CGV). 드넓은 상영관(140석)에 저와 다른 관객 딱 2명이 있었습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그랬던 걸까요. ‘아, 레터로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그 앞에 오전 7시 ‘가필드’를 먼저 봤는데, ‘가필드’는 상영관에 저 혼자 앉아봤습니다. 상영관 전체를 혼자 전세 낸 경험은 오랜만이었네요. 음, 평일 7시라 그랬던 것인지. ‘가필드’도 전 괜찮았어요. 엄청난 액션 영화던데요? ㅎㅎ ‘가필드’도 쓰자면 쓸 포인트가 있는데(저의 일관된 주장. ‘어떤 영화라도 꽂히는 포인트 하나는 반드시 있다’) ‘이프’ 먼저 갈게요.
우선 ‘이프’ 뜻부터. 이프는 Imaginary Friends, 즉 상상의 친구입니다. 어릴 때 혼자서 상상으로 만들어내서 사귀는 친구들이죠. 엄마아빠도 몰라주고 친구들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가장 가깝게 교류하는 존재. 영화 ‘이프’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이프들을 잊게 되고, 버림받은 이프들이 짝궁이 돼줄 새로운 어린이들을 찾아나서면서 시작합니다. 이프는 자신을 알아봐 줄 짝궁을 못 찾으면 영영 사라져버릴 수 있어서요. 그런데 이런이런. 아이들은 만나러 간 이프들을 못 알아봐요. 동심을 잃어서라기보다는, 제 생각엔, 이프는 각자 고유한 상처와 상상력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한없이 해맑고 세상이 환하기만 한 아이들은 이프가 필요없죠. 어딘가 비어있고, 외롭고 슬픈 아이들의 친구. 내 곁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때 거짓말처럼 나타나주는 상상 속의 존재. 그런게 이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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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다들 이프가 안 보인다고 하는데, 오호라, 예상도 못한 이프들의 짝궁이 나타났으니, 바로 어른들입니다. 사실 믿어줄 친구가 더 필요한 건 애들이 아니죠. 세상 풍파를 홀로 헤쳐가야 하는 어른들에게 더 절실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이프’ 포스터나 이미지에 보시면 보기만 해도 포근해보이는 보라둥이가 나오는데요, 이 녀석이 어릴 적 자신을 만들어낸 짝궁을 찾아가는 뒷부분부터 영화가 재밌어지더라고요. (앞부분 절반 정도는 좀 느리고 둔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보라둥이를 상상 친구로 만들어낸 꼬마는 이젠 나이든 아저씨가 됐어요(위의 사진에 보이는 저 남성). 보라둥이는 잊은지 오래고요. 그러니까 당연히 이프가 옆에 있어도 못 알아봅니다. 아저씨는 이직을 하려는지 서류가방을 들고 어느 사무실에 면접을 갑니다. 양복은 후줄근하고, 배도 나오고, 머리숱도 적어보이는 이 아저씨를 만나러 간 보라둥이가 창 너머로 아저씨를 바라보며 감탄합니다. “오, 날씬하고(fit), 잘생겼어. 여전해!” 그러면서 목이 메고 눈물이 글썽. 아. 과연 어느 누가 저 아저씨를 보고 저렇게 말해줄까요.
아저씨, 요즘 흔한 말로 개저씨 혹은 개줌마들도 한때는 소년소녀. 그리고 그들 곁에는 그들만의 이프가 있었겠죠. 자신조차 잊어버린 어릴 적 그 모습을 이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개저씨가 되고 개줌마가 됐어도 변함없이 사랑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아무리 풍파에 찌들었어도, 저 깊은 곳, 한구석 변치 않는 모습을 알고 있기 있기 때문이죠.
여러 이프들이 저마다 짝궁을 찾아나서는데, 누가 누구랑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뒷부분이 저는 재밌었어요. 특히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를 골탕먹이는 이프가 있는데 그 이프의 짝궁이 누구인지도 젤 마지막에 알려줍니다. 여러분의 이프는 누구였나요. 혹시 지금도 여러분 바로 곁에 있는데 여러분이 못 알아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기까지 우다다 쓰고 있는데, 이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시사회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오탈자도 못 보고, 문장 엉키는 것도 체크 못했지만, 글루 빨리 달려가야겠네요. 아마도 굉장한 작품일 듯한 느낌적인 느낌. 실제 그럴지 보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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