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서로 기생하는 존재… 결국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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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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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드라마 ‘기생수’ 연상호 감독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 현장의 연상호(가운데) 감독. /넷플릭스

마지막 장면에 원작 팬의 눈이 번쩍 뜨였다. 30여 국에서 2500만부 이상 팔린 이와아키 히토시의 일본 만화 ‘기생수’를 드라마로 만든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더 그레이’가 지난 5일 공개 후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시청 순위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에 올랐다.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주간(1~7일) 순위에서도 ‘눈물의 여왕’을 제치고 글로벌 1위다. 공개 전 관심과 우려가 컸으나, 원작에 ‘기생’하지 않고 나란히 공존하며 원작 세계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품. 일본에서도 최고 2위(플릭스패트롤)를 기록했다.

기생과 공존 사이를 그렸다

원작의 세계관을 이용한 ‘한 핏줄’이지만 캐릭터와 이야기를 한국 배경으로 새롭게 쓴 스핀오프(파생작)다. 원작자 이와아키 히토시는 이번 작품을 두고 “작은 방 한 칸에서 태어난 제 자식(원작)이 세상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 기술을 만나 탄생한 손자”라고 했다. 이야기는 지구에 떨어진 기생생물들이 인간 뇌를 먹어치우고 몸을 차지하면서 시작된다. 인간처럼 지내다가 얼굴이 갈라지며 괴물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을 식량으로 삼고, 인간 조직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

주인공 ‘수인’(왼쪽)과 일본 원작 주인공 ‘신이치’.

주인공 ‘수인’(배우 전소니)은 기생생물 ‘하이디’에게 잠식당할 뻔했으나, 뇌를 다 뺏기지 않아 기생생물과 한 몸에 공존하게 된 변종. 처음 하이디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수인을 도왔지만, 점차 수인의 선택을 이해한다. 학대받고 자기혐오가 심했던 수인의 마음을 하이디가 다독인다. 둘의 공존과 화해가 극의 중심이다. 연상호 감독은 9일 인터뷰에서 “모든 생물은 기생하며 살아간다. ‘기생’에는 나쁜 의미도 있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같은 말이기도 하면서 다르기도 한 이 뉘앙스 차이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말했다.

원작 세계와 만나며 기대 고조

주인공 성별과 기생생물 발현 위치가 바뀌는 등 원작과 차이점도 많지만, 주제의식을 비롯해 곳곳에 원작에 대한 존중이 묻어 있다. 연 감독은 “원작에 눈곱만큼이라도 나왔던 것들로 작품 속 요소들을 만들려 했다”고 했다. 특히 원작 팬들이 꼽은 백미는 마지막 부분이다. 원작 주인공 ‘신이치’(배우 스다 마사키)가 한국에 온다. ‘일본 기생수 세계’와 ‘한국 기생수 세계’가 합류하는 듯한 엔딩으로 팬들을 흥분케 했다. 연 감독은 “구상해둔 시즌 2에는 신이치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철학적 메시지나 주인공과 기생생물 사이의 이야기는 덜어내고, 스릴러와 액션에 중점을 둬 6부작으로 빠르게 전개했다. 주인공과 기생생물 사이의 관계성이 줄어들어 아쉽다는 평도 있다. 얼굴 부분에서 나온 길고 두꺼운 촉수로 싸우는 일명 ‘상모돌리기’ CG 등의 완성도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부산행’ ‘반도’ ‘지옥’ 등 장르물을 선보여온 연상호의 흥행 성적에는 기복도 있다. 이번 작품은 징그러운 촉수를 휘두르는 크리처(괴생명체)물이다. 연 감독은 “제 성격 자체가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 대중적인 걸 할 때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오류가 나기도 하고, 투쟁 과정이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선 얼마나 대중성과 타협했을까. “(1위라는) 순위만큼 한 거 같다. 그 결과를 보면서 이번에 대중과 호흡을 하게 됐구나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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