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F 원작을 美 ‘왕좌의 게임’ 팀이 제작… ‘삼체’, 글로벌 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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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6. 오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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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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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드라마 ‘삼체’에서 영상화된 중국 ‘홍안기지’ 모습. 1960~1970년대 중국 현실에 절망한 과학자 예원제는 이곳에서 외계를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 새 질서를 위해 외계 종족을 지구로 불러들인다. /넷플릭스

영화관에 SF 대작 ‘듄2′가 있다면 OTT엔 ‘삼체’가 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대한 세계관의 SF물이 8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공개됐다. 지난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돼 주목받는 8부작 SF 드라마 ‘삼체’(원제 3 Body Problem). 24일 현재 넷플릭스 세계 시청 순위 1위(TV 부문·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영상화가 불가능한 소설은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해냈다”(가디언) “줄거리는 현기증이 나고 몰입감이 뛰어나다”(뉴욕타임스) 등 대체로 호평받고 있다.

‘삼체’는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하고 900만 부 이상 팔린 중국 작가 류츠신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제작진 때문에도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는데,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각색한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가 2020년부터 뛰어든 작품이다.

외계인 침공이라는 소재는 식상하지만, 침공까지 400년 걸린다는 설정이 이 작품을 색다르게 만든다. 우리보다 발전한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지구를 빼앗으러 오고 있고, 도착에 400년이 걸린다면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후세에 벌어질 일이지만, 현 세대는 일상의 의미를 잃고 불안에 휩싸인다. 과거·현재·미래의 인류는 연결된 공동의 존재임을 일깨우는 점, 그리고 지성과 지혜, 소명의식으로 압도적인 적과 대결해 나가는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원작의 핵심을 담되, 중국 이야기를 인류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하기 위해 변경된 부분이 많다. 사건의 발단은 원작과 같다.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인간의 자정 능력에 대해 희망을 버린 중국 과학자가 외계로 메시지를 보낸다. 3개의 태양 때문에 멸망 위기에 놓인 외계 종족이 이 ‘초대’를 받고 지구로 향한다. ‘삼체’로 불리는 이들 종족은 400년 뒤 지구에 도착했을 때 인류가 대적할 힘을 갖는 걸 우려한다. 인공지능 컴퓨터 ‘지자’를 지구에 보내 ‘전자전(電子戰)’을 벌이며 과학 발전을 방해한다. 인류는 ‘독 안에 든 쥐’가 된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원작에서 많이 달라졌다. 주요 배경을 중국에서 영국으로 바꿨고 전 세계 다양한 지역 출신의 배우들을 출연시켰다. 베니오프 총괄 프로듀서는 “인류의 안간힘과 투쟁, 인류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며 “가능한 한 인류 모두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3부작인 원작의 2·3부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앞으로 끌어왔다. 다섯 명의 옥스퍼드대 동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며, 이들의 인간적 이야기를 또 다른 축으로 삼는다. 도덕적으로 ‘회색 지대’에 있는 결정을 내릴 때의 갈등도 원작보다 강조됐다.

그래픽=양인성

원작이 탄생한 중국에선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음에도 ‘삼체’ 공개 후 소셜미디어에 논란이 일고 있다. CNN에 따르면, 국가 우회 방법 등으로 시청한 일부 네티즌들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정치적 각색’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 베이징대에서 홍위병들이 군중 앞에서 물리학 교수를 집단 폭행해 사망케 하는 첫 장면이 도마에 올랐다. 이 장면은 중국어판 원작에는 중반부에 나오지만, 영어 번역판에서는 원작자의 바람대로 소설 시작 부분으로 옮겨진 장면이다.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했다”는 중국 내 반론 역시 있지만, 작년 중국에서 만든 30부작 ‘삼체’가 더 낫다는 ‘중국판 승리’ 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삼체’ 제작진은 원작자의 허락하에 각색이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생소한 과학 용어와 이론이 등장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외신들은 영상화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많았음에도, 시각적으로 몰입감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외계인이 가상 현실 게임을 빌려 자기 행성의 상황을 인간에게 이해시키고 동조를 얻으려는 부분도 흥미롭다. 400년 뒤의 위기를 막기 위해 인류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고, 희생정신까지 더해지는 스토리는 ‘인류에 대한 찬사이자 고양된 이야기’로 읽힌다. 다만 이번 시즌이 도입부 내용에 해당하다 보니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고, 옥스퍼드대 5인방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도 있다. 본격적인 인류의 대응이 펼쳐질 다음 시즌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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