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 경제수석 “R&D 개혁 전제로 예산 더 늘릴 것… 물가 내달부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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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1. 오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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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19일 본지 인터뷰를 갖고, “물가는 다음 달부터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올해 말엔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소비와 성장을 억누르는 높은 가계 부채 비율에 대해선 “연말이면 5년 만에 100% 밑으로 떨어져 두 자릿수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고운호 기자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연구·개발(R&D) 예산 개혁이 전제된다면, 관련 예산 규모는 삭감 이전 수준보다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R&D 예산(26조5000억원)을 작년(29조3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줄였는데, 내년엔 올해 삭감액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은 “혁신 선도형 R&D 사업 협의체를 구성해 이쪽에 예산을 대폭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 발언은 증액 규모를 더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그는 “아직 기획재정부 등에서 조율 중이어서 상세한 증액 규모를 밝히긴 힘들다”고 했다.

작년 12월 취임한 박 수석은 “전체 R&D 예산 규모 확대와 함께, 작년에 시작한 R&D 개혁은 올해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미래 전략 분야, 신진 연구자 지원 등 R&D 혁신을 뒷받침할 분야 예산을 중점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은 다음 주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중 각 부처에 통보된다.

이 외 박 수석은 “물가가 다음 달부터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다음 달 총선 후 부동산 금융이 부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낭설”이라고 했다. 올해 말 가계 부채 비율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100% 밑으로 떨어지고, 상장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가치 상승) 정책에 호응하는 우수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세제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다음은 박 수석과 나눈 일문일답.

“가계 부채 비율 두 자릿수로 낮출 것”

−최근 사과 등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가파르다. 고물가·고금리 이중고는 언제까지 가나?

“다음 달부터는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국제 유가,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다음 달 초 나올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 진입하고, 올해 말엔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 1500억원을 투입 중이며 필요 시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다.”

−고(高)금리가 부동산발 위기를 촉발할까?

“최근 문제 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작년 9월 말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2.4%, 미분양은 6만호 수준으로 과거 위기 시(2012년 말 연체율 13.6%, 2009년 말 미분양 16만6000호)보다 크게 낮다. PF 대출의 만기도 매월 3조~4조원으로 고루 분산돼 있어 급격한 충격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선거 후에 PF 부실이 터질 거라는 소문은 낭설이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가계 부채가 소비와 성장을 억누르는데 줄일 방안은?

“올해 말엔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작년 말 100.8%)이 두 자릿수로 낮아질 것이다. 가계 부채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일정 부분 증가할 수 있으며, 가계 부채 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히 축소되는 것도 경제와 가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대출자들이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

“올해 주요국 중 한국 성장률 가장 높을 것”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이 지나쳐 문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수출 비율이 2015~2021년 연평균 25.6%에서 2023년 19.7%로 감소했다. 핵심 품목에 대한 비축 확대와 미국·유럽·중동 등으로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주요 교역 파트너이자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인접국인 만큼, 경제 협력과 외교 관계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작년 성장률이 1.4%였는데 올해도 민간에선 1%대를 점치는 곳이 있다. 2년 연속 1%대 가능성은?

“작년에는 반도체 등 IT(정보 기술) 경기 부진, 중국 성장세 약화 등 이유로 수출이 줄면서 성장률이 낮았다. 올해는 세계 교역과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전망치인 2.2%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수출이 1·2월 평균 11.2% 확대되는 등 회복세가 양호해 당초 예상한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주요 선진국 중 한국 성장률을 가장 높게 전망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1인당 GDP가 90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잠재성장률 2%를 당연히 받아들이면 안 되고, 규제 완화와 출산율 제고 등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원칙은 건전 재정, 지원은 선별적”

−가계와 기업이 어려울 때 정부 재정이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분별한 재정 확장은 재정 중독과 감당할 수 없는 국가 채무를 늘리므로 건전 재정 원칙을 지키면서 선별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 혈세를 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다. 건전 재정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따라야 할 원칙이다. 재정 준칙 법제화를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며, 국가 채무를 50% 중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첨단 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첨단 기술 해외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 그리고 최대 65억원(현재 최대 1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기업 신청으로 산업부 장관이 지정하는 첨단 기술 인력에 대해서는 기업이 해당 인력과 비밀 유지, 이직 관리 계약을 맺어야 한다. 상반기 중 지정 예정이다. 계약을 어기면 입국 불허 등 강한 정책이 필요하다.”

−일부 스타트업이 보조금에만 의존해 연명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은 작년 6월 기준 한국이 23개로 미국·중국·영국 등에 이어 세계 10위권이었다. 보조금 위주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이 먼저 투자하고 정부가 뒤따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수 스타트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할 것이다.”

“밸류업 우수 기업 세금 감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행동주의 펀드 좋은 일만 시킨다는 시각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가치 제고에 기여하지만, 과도한 주주 환원이나 자산 매각을 요구할 우려 등 역기능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 주주의 주식을 싼값에 살 수 있게 하는 포이즌 필이나 대주주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 의결권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이런 논의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한다. 주주 환원을 늘리는 밸류업 우수 기업에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고 그 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도 배당 소득세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과제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은 3월 중 개시한다. 이자 환급은 은행권이 1차로 1조3000억원을 완료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3000억원을 29일 시작한다. 야당에서 문제 삼는 약 900조원 비용은 상당 부분 민간에서 나온다. 그 예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에 들어갈 622조원은 2047년까지 민간 기업이 투자한다. 재정 부담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감당 가능하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1960년 충북 단양 출신이다. 대전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을 거쳐, 조달청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냈다.

기자 프로필

기재부, 국세청, 공정위, 통계청, 농식품부 등 경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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