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발레리나’ 공연 취소에 러 대사관 “공연 폄하 시도 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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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6.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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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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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문화계 측근으로 꼽히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의 내한 공연 취소를 두고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15일 “문화예술 분야 협력이 정치적 게임의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논평을 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논평에서 “자하로바의 ‘모댄스(Modanse)’ 발레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매우 안타까웠다”며 “정부 부처나 조직의 참여 없이 한국 민간 기업에 의해 상업적인 조건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프로젝트”였다고 했다. 대사관은 이어 “대한민국에 주재하고 있는 여러 제3국 외교대표들이 예정된 러시아 발레단의 공연을 폄하하기 위해 펼치는 비열한 캠페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와 민족 간의 상호이해와 선린 관계를 강화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협력이 정치적 게임의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계적인 러시아 발레학교 공연자들의 공연을 볼 기회를 놓쳐버린 한국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표한다”고도 했다.

러시아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인아츠프로덕션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세계적인 스타 무용수 자하로바는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삶을 다룬 작품 ‘모댄스’로 국내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내달 17~19일과 21일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푸틴의 발레리나’가 서울에서 공연하는 일을 용인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본지 4일 자 A1·20면)이 일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자하로바의 공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문을 냈다. 기획사는 지난 15일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기획한 작품이지만, 관객의 안전과 아티스트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공연 취소를 알렸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공연 반대 여론이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측은 반발해왔다. 논란이 일던 지난 6일에도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서구에서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헛된 시도 속에서 러시아 문화를 ‘취소’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서 예정된 러시아 예술가들의 공연이 눈부신 문화 행사로서 고급 예술 애호가들에게 러시아 문화의 걸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이를 취소하려는 시도는 명백하게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태생인 자하로바는 세계 무용의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두 차례 받은 세계적 스타 무용수다. 해외에서 러시아 발레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푸틴의 최측근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찬성했고, 집권 통합러시아당 연방의원을 두 차례 지냈으며, 권력 기관인 국가문화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푸틴의 문화계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공연계에선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았다는 견해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에서는 러시아 출신 예술가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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