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가 힘드냐고요? 북적거리며 사는 게 진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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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5. 오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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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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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5남매 키우는 이미림·송봉규씨 부부

지난 11일 오후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만난 송봉규(42)·이미림(40)씨 부부가 다섯 남매와 함께 웃고 있다. 왼쪽부터 아빠 송씨와 서희·서연·종원·종현·종국, 엄마 이씨. /이태경 기자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다섯 남매가 ‘누가 엄마 손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엄마 이미림(40)씨가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하자 남매가 고사리손으로 승자와 패자를 정했다. 이 모습을 보던 아빠 송봉규(42)씨가 “아이들이 아무래도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막내는 언제나 내 편”이라고 웃었다.

이씨 부부는 보기 드문 ‘7인 가족’이다. 이씨는 2016년 첫째 아들 종원(9)을 낳고 2020년 세 쌍둥이인 딸 서희(5), 아들 종현(5), 딸 서연(5)을 출산했다. 이듬해 연년생 막내 아들 종국(4)이 태어났다. 이씨는 자연 임신으로 첫째를 출산한 후 쌍둥이 동생을 만들어 주려고 고민 끝에 인공 수정을 택했다. 두 차례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그런데 둘이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아기집 네 개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네 쌍둥이인 줄 알고 굉장히 기뻐했는데, 한 아이는 배 속에서 도태됐다고 한다”며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고 했다.

인천에 살던 이씨는 2015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서울 중구로 이사를 왔다. 이씨는 “처음부터 다둥이를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2010년부터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그는 첫째를 낳고 2018년 우연한 계기로 회사에서 지원하는 대학원의 ‘코칭학’ MBA 과정을 밟게 됐다. 심리학·상담 관련 수업을 들으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고민하다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 과정에 ‘다둥이 출산’이 있었다.

이씨는 “다둥이를 임신한 뒤 걱정이 없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조산(早産) 우려 때문이었다. 통상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 38~40주 정도를 보낸다. 임신 36주 6일을 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오면 조산이라고 한다. 세 아이는 35주 5일 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튼실했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질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산모인 이씨도 건강했다. 이씨는 출산 후 3일 만에 세쌍둥이와 함께 제 발로 걸어 조리원에 갔다. 다둥이를 전문으로 보는 산부인과 의료진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네 쌍둥이를 바랐던 이씨의 마음을 알았는지 세 쌍둥이를 출산한 지 7개월 뒤, 다시 아이를 덜컥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몸에 변화를 느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가 “벌써 8주”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물론, 남편까지 다섯째 낳기를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가 “낳고 싶다”며 버텼다. 병원에서 들었던 아이 심장 소리가 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막둥이를 낳은 뒤에는 오 남매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섯째 아이 낳는 걸 모두가 반대했던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다섯 아이를 키우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해 1월 34평에 방 3개가 있는 1층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다섯 아이를 키우기에는 다소 비좁을 수 있는 집이지만 “아직은 딱 좋다”고 한다. 그는 “집이 1층이니 층간 소음 걱정 안 해도 되고, 등원 시간 촉박할 때 엘리베이터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며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작은 것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며 산다”고 했다.

다만 ‘경력 단절’은 속이 상한다고 했다. 이씨는 그나마 드문드문 이어 오던 가정방문 학습코칭 관리자도 지난해 7월 완전히 그만뒀다. 주로 저녁 시간 수업이 잡혀 육아와 병행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제빵·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오 남매가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짧은 시간이나마 ‘카페 알바’를 하기 위해서였다. 집안 살림에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고 싶어 6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모두 탈락. 이씨는 “일할 사람 뽑는 거지 돈 줄 사람 뽑는 건 아니니까 나를 떨어뜨리는 것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아이들이 좀 자라면 다시 회사 재입사를 할까 했는데, 이런 식이면 아무래도 다시 일을 하긴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다섯 아이를 키우며 힘든 건 없느냐’고 묻자 “지금이 최고로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자기들끼리 아주 잘 놀아 신경 쓸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큰아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사교성이 좋아 동생들을 잘 챙긴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아이들이 심하게 투닥거릴 때에는 나도 모르게 ‘내가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며 “속상한 엄마 맘을 아는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더 많이 안겨주고 웃어줘 늘 고맙다.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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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유미 기자입니다. 바다를 사랑합니다. 간다간다, 뿅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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