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국가 배상 판결 또 나와…법원 “16명에 45억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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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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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보민)는 3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피해자 한 사람당 수용 기간 1년마다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위자료로 108억3000만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이 가운데 45억3500만원을 인정해 준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뉴스1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다.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한데도 약 35년 이상 장기간 배상이 지연되고 있고,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6년 정부가 부랑인 선도라는 명목으로 노인, 장애인, 고아 등을 형제복지원에 불법 감금한 것이다. 이 기간에 3만 8000여 명이 형제복지원에 입소했다고 한다. 당시 내무부 훈령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을 근거로 진행됐다. 1987년 검찰이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특수 감금,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수용이라는 이유로 특수 감금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상 횡령에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작년 8월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1975~1988년 형제복지원에서 65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 사망자는 구타 등에 의한 사망이 병사(病死)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불법을 묵인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1일 다른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도 “국가가 피해자 한 사람당 수용 기간 1년마다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이 위자료로 203억원을 청구했는데, 이중 145억8000만원을 인정했다. 법원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첫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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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스포츠부를 거쳐 다시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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