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부터 속옷까지 ‘싹’…유족 구호품 쓸어간 ‘얌체’ 추모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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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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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구호품 챙겨가는 사례 잇따라…대책 논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서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무안=뉴스1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위해 마련된 구호품을 일부 추모객이 챙겨가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무안국제공항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청사 1~2층 대합실에는 먹거리, 위생용품 등 각종 물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부스가 다수 운영 중이다. 유가족들이 장례 절차와 참사 수습을 위해 머무는 공간으로, 필요한 물품을 조건 없이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추모객이 이런 취지를 악용, 유가족과 지원 인력을 위한 구호품을 대량으로 챙겨가는 사례가 잇따라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추모객은 수도권에서 무안공항까지 내려와 합동분향소를 참배한 뒤 컵라면, 음료수, 물티슈, 화장지, 세면도구, 보건용 마스크, 양말, 속옷, 수건 등 생필품을 쓸어갔다고 한다.
 
부스 운영 단체들은 유가족과 지원 인력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일주일째를 맞은 지난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배식 봉사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한 자원봉사자는 “아직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구호품 제공 부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며 “구호품이 엉뚱한 사람들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부스 운영 단체들이 함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에는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유가족 지원과 교통 안내, 식사 지원, 환경 정화, 재난 심리 상담, 방역, 식사 지원 등을 위해 5509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목포에 거주하는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지난달 29일 사고 이후 매일 커피·유자차·생강차 300인분을 준비해 무안공항 현장에서 무료 나눔봉사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안유성·이영숙 셰프 등 출연진들과 광주요리사협회 소속 요리사 등 30명도 음식 수백 인분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불의의 사고로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봉사활동이 단순한 선행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느꼈다”며 “트라우마 상담 연계 등 세심하게 지원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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