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포기했던 우크라, 국민 73% “핵무장 복원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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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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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자발적으로 포기했던 우크라이나의 국민 4명 중 3명은 현재 핵무장 복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장기전에 고통받고 있는 반면, 핵무기를 유지한 나라들은 결과적으로 이런 전면전을 겪지 않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반응으로 해석된다.
 
23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키이우 국제사회학 연구소(KIIS)가 지난 2∼17일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18세 이상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핵무장 복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 모르겠다는 응답은 7%였다.
 
핵무장을 복원할 경우 서방의 원조가 끊기고 국제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건이 제시되면 찬성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때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6%로 대폭 낮아지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44%로 상승했다.
 
서방의 원조가 끊기더라도 내부 자원만으로 버틸 수 있다는 조건이 추가되면 찬성 비율은 58%로 다시 높아지고 반대는 33%로 낮아졌다.
 
소련 붕괴 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영국에서 영토·주권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 핵무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국민 3명 중 1명만이 핵무기 보유를 지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합의의 결과로 우크라이나가 핵 방패를 잃었지만 핵무기를 유지한 다른 강대국은 전면전을 겪지 않았다며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앞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재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30주년을 맞아 설문조사를 한 KIIS의 안톤 흐루스헤츠키이 전무이사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속에는 핵무기가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는 서방 동맹이 의지를 보이고 러시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어려운 해결책을 고려할 필요가 없도록 효과적인 안보 보장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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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를 썼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 서울시청, 경찰청 등을 거쳐 외교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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