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천재 예술가이자 추악한 범죄자였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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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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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클레어 데더러/ 노지양 옮김/ 을유문화사/ 1만8000원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얼룩에서 면제되는 듯하다. 이 부류의 사람은 아무리 몹쓸 행동을 해도 사랑을 당당히 요구하고 그러면 우리는 그 사람은 우리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통 천재라고 부른다. 이 사람에게도 얼룩은 있을 수 있지만 그의 중요성을 훼손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는 존귀한 존재라서다.”

로만 폴란스키, 마이클 잭슨, 파블로 피카소, 마일스 데이비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예술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앞에는 ‘최고의’, ‘천재’, ‘세계적인’ 같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무엇일까. 추악한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성폭행범, 학대범, 마약 중독자, 포주이기도 했다.
클레어 데더러/ 노지양 옮김/ 을유문화사/ 1만8000원
인간이라면 누구나 여러 얼굴을 가질 수 있지만, 숭배와 혐오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괴물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괴물들’은 괴물과 그들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관객의 딜레마적 상황에 정면으로 부딪쳐 보는 책이다. ‘작품과 창작자는 분리해야 하는가’는 해묵은 논쟁거리이지만 저자는 예술 애호가로서 영화, 음악, 미술, 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딜레마를 솔직하고도 지적인 방식으로 적어 내려간다.

괴물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남성 괴물이 대체로 흉악한 범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여성 괴물은 대체로 ‘모성’과 관련돼 나타난다. 아이를 유기하거나 방치하는 등 사회에서 정상성으로 치부하는 모성애가 충분치 않다고 여겨지면, 여자는 괴물이 된다.

저자는 여기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모성’이라는 기준은 어째서 여성 예술가에게만 적용되는지, 아이들을 두고 떠나 작가로서 성공한 도리스 레싱과 태어난 아기를 입양 보낸 조니 미첼을 너무 쉽게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순간, 예술하는 여성이 설 자리는 어디인지 성찰하는 대목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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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계일보 이복진 기자입니다. 진실을 밝히는 등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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