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실 문제 없다고 거짓말… 권역센터 절반은 전문의 혼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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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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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기학술대회 기자회견

“응급의료 형사책임 면책,
응급환자 강제 배정 중단,
119 유료화 등 실시하라”


“정부가 전국 응급실 대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기학술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위기는 문 닫는 것이고, 문만 열려 있으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문을 열어도 기능을 못 하면 그게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24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회장은 “응급실당 6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게 해외 기준인데, 지금 권역센터의 절반 가까이에 전문의 혼자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해외 의대를 졸업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등의 강연을 진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학술대회에 사전등록한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와 전문의 등은 총 400여명으로, 세션별로 100여명이 강연을 들었다.
 
이 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수요가 많은데, 우리나라 처우가 이렇게 열악한 것에 해외에서는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캐나다 웨스턴 대학 빅토리아병원 이재헌 교수의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세션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 중 운영을 중단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오랜 기간 인력 부족을 겪어온 데다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마저 수련병원을 이탈하면서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진 것이다.
 
세종 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의정갈등 속에서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최근에는 남은 의사 중 4명도 사직서를 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도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탈진, 번아웃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정부는 응급의료 형사책임 면책, 응급환자 강제 배정 중단, 119 유료화 등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조속한 입법을 통한 ‘형사책임 면책’만이 현장 의료진 유출을 막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응급의료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정적인 응급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119(구급차 이용)를 유료화하자”고 제안했다.
 
의사회는 “무너져 가는 응급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천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며 전국 응급의료기관, 필수의료과목 의사들과 협력해 서명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시민단체, 정치권과도 교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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