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 10명 중 3명 ‘미성년’… “현행법으로 근절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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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8.28.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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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뺀 교육부… 전담조직 꾸려 매주 음란물 피해규모 조사

피해지원 요청 781명 중 288명
10대 이하 2년새 4.5배나 늘어

딥페이크 피해 37% ‘미성년’
전국 학생·교원 피해접수도 196건
신고 꺼려… 실제 피해 더 늘 수도
서울시, 영상 삭제 지원 핫라인 구축

배포 목적 없는 합성 처벌 못해
“현행법으론 근절 한계… 보완 필요”


지인 등의 사진을 합성한 성적 딥페이크(Deep Fake·이미지 합성물) 영상물 피해자 3명 중 1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학교에서 올해 접수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196건에 달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자 교육부는 긴급 전담조직을 만들고 매주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법 체계로는 범죄 근절에 한계가 있어 관련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합뉴스
28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사람은 781명으로, 이 중 36.9%(288명)가 10대 이하로 집계됐다. 센터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딥페이크 피해자는 총 1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피해자(69명)의 약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피해자는 2022년 212명에서 올해 1∼8월 781명으로 3.7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미성년자 수는 64명에서 288명으로 4.5배 뛰었다. 딥페이크 범죄가 확산하는 가운데 특히 미성년자의 피해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미성년자 피해가 큰 이유에 대해 “저연령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장난삼아’ 주변인 사진을 합성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손쉽게 이뤄지는 이런 행위로 피해자는 상상 이상의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피해 급속 확산… 대응 나선 정부
 
피해 학교 명단이 SNS에 퍼지는 등 학생·교사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교육 당국은 급히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을 통해 취합한 결과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접수된 학생·교원의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196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중 학생은 186명, 교원은 10명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은 △초등학생 8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78명이었고, 교사는 중학교 교사 9명, 고교 교사 1명이었다. 이 중 179건에 대해서는 수사 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교육부에 접수된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란 관측도 나온다. 피해 사실을 알리길 꺼리는 경우도 있고, 학교·교육청이 아닌 다른 기관을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했을 경우 교육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다. 실제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부터 전국 교사·학생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날 오전까지 140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절반은 교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차관을 단장으로 한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조직(TF)’을 구성하고 매주 피해를 집계하는 등 학교 딥페이크 상황을 총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피해 발생 시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가·피해자를 분리하고, 정신건강 관련 진료비를 최대 300만원 지원하는 등 피해자 회복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디지털 윤리교육을 강화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현재도 딥페이크 관련 교육을 진행 중인데 앞으로 예방교육을 더 강화하고 처벌에 대해서도 보다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경찰, 각 부처도 대응에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는 물론 텔레그램과 페이스북·엑스(X)·인스타그램·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와 24시간 이내에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을 삭제하는 ‘핫라인’을 가동한다. 폐쇄형 SNS에서 돌던 딥페이크 영상물이 음란 사이트나 그 외 SNS에까지 퍼져 피해 신고가 들어올 경우 절차를 간소화해 24시간 이내에 영상이 삭제·차단될 수 있게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지방경찰청별로 모니터링에 착수하고,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달 26일 딥페이크 음란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프로그램 내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틀 만에 프로그램 8개를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첩보를 발굴하고 피해사례 확인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해 신속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버수사대 내에 딥페이크 성범죄 등 허위영상물 집중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방심위, 딥페이크 대응 긴급회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2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종합대책 마련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열린 제2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현재 법으론 한계… 보완 필요”
 
교원단체들은 딥페이크 문제가 학교의 예방교육으로 해결될 범위를 넘어섰다며 처벌 강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번 사안은 학교에서 디지털 윤리교육을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디지털 성범죄에 안일하게 대처해 심화한 문제”라며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도 관련 법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함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은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가장 큰 문제는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라며 “대부분의 국내 플랫폼은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삭제나 노출 제한 조처를 내리거나 수사기관과 연계해 잡을 수 있는데 해외(플랫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게시물을 유포한 자와 달리 제작한 이는 제대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촬영물 등을 합성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유포를 목적으로 제작했을 경우에 한정된다. 신 차관은 “딥페이크 문제는 관련 법 개정과 사업자 제재 문제까지 포함됐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피해가 번지고 있다”며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전 부처가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도 이날 현재 법 체계로는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에 한계가 있다며 입법 공백 보완, 처벌 강화, 피해자 구제 수단 강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변은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성인 대상 범죄로 확대하고, 딥페이크 음란물 즉시 삭제, 미성년자 접근 차단 등의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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