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발목 절단…80분 병원 ‘뺑뺑이’ 돌다 70대 환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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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5. 오후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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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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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발목이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은 70대 환자가 응급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1시간20여분 만에 숨져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지역에서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진 부족 등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오전 11시55분쯤 전북 익산시 여산면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던 운전자 A(70대)씨가 단독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그는 사고로 차량이 전복되면서 밖으로 튕겨 나왔다. 이 충격으로 발목이 절단되고 머리, 허리 등도 크게 다쳐 다발성 손상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은 A씨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전북 지역에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대학병원 두 곳에 다급히 연락해 긴급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두 대학병원에서는 모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병원은 발목 접합 수술을 할 전문의가 전날 당직 근무한 뒤 퇴근해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고 안내했다. 전주에 자리한 전북대병원에서도 해당 전문의가 현재 수술 중이어서 즉각적인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에 소방대원들은 A씨를 태운 엠블런스를 몰고 사고 장소에서 35㎞가량 떨어진 전주의 한 접합수술 가능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에만 40여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서는 종합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했다. 접합수술 외에도 다발성 손상이 발생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소방대원들은 A씨를 다시 이 병원에서 3㎞ 정도 떨어진 전주예수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는 이날 오후 1시19분쯤 예수병원에 도착했으나, 제대로 수술받지 못해 결국 숨을 거뒀다. 예수병원은 당시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있었으나,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해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에 환자 및 보호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지역 의료계 등에서는 “최근 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의료진 부족 사태를 불러왔기 때문”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의료체계는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북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전북의 전공의들이 수련하기 서울 지역 대형병원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남아있는 의료진마저 피로도가 누적돼 버티기 힘들게 돼 결국 지역 의료시스템 붕괴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병원 한 의료진은 “지역의료를 살리지 못할 경우 도민들이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등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현재 원광대병원은 사직서 제출 전공의 90명 전원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56명 중 7명, 전주예수병원은 80명 중 22명만 복귀한 상태다.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개인 전문 병원에서 수련하거나 군 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파악에 나선 전북도 보건당국은 “의정 갈등에 따른 지역 의료 인력 부족 상태 등이 환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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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회2부 김동욱 기자입니다. 세상을 바로 보고 진실과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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