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팡밍 中 차하얼학회 회장 “韓·中 관계, 청소년들 교류 잦아지면 훈풍 불 수 있을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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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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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코로나 사태 등 거치며 관계 악화
외교는 상호 타협… 인적 교류 가장 중요
韓·中·日 정상회의 재개는 자체로 의미
정치적 포용·경제적 협력 만들어 가야

美 대선 누가 돼도 美·中 갈등 이어질 듯
中이 선거 개입한다는 주장 ‘어불성설’


한국과 중국 관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 이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여전히 쉽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한·중 외교장관 간 만남이 이뤄지는 등 양국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이어지는 듯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미국 대선 등 변수도 많다. 이에 대내외적 환경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외교 분야보다는 민간 영역에서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팡밍 차하얼학회 회장이 20일 베이징 시내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외교를 통한 한·중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팡밍(韓方明) 차하얼(察哈爾)학회 회장은 2009년 중국 최초의 비정부 외교·국제관계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학회를 설립했다. 공공외교 전문가인 한 회장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을 역임하는 등 주요 직위에 오르면서 학회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는 중국 공공외교 연구 분야의 핵심 기관 중 하나로 발전했다.
 
차하얼학회는 공공외교와 한반도 정세 등의 분야에서 중국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고 있으며, 고위급 인사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회장은 2022년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났고, 지난해에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권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자 차하얼학회는 비공식 회의, 싱크탱크 교류, 양국 지방정부 간 협력 등으로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한 회장은 2018년 한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빌딩 사무실에서 지난 20일 만난 한 회장은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의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들의 교류가 잦아야 양국 관계 전반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또 최근 학회가 공자학원과 더불어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공작’에 활용된다는 의혹에도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한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중 관계 개선 방안은.
 
“현재 양국 관계는 좋지 못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 안정적인 궤도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양국 당국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외교는 근본적으로 상호 타협하는 역사의 과정이다. 한국과 중국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가까운 이웃으로 자리 잡았다. 양국은 같은 동북아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입장인 데다 한국이 유교 문화의 많은 부분을 계속 전승해 온 부분은 개인적으로 부럽기도 하다. 양국 관계를 개선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적 교류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간 교류를 많이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양국 국민들 사이에 호감도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 이런 것들이 더욱 필요하다.”
 
―한·중 간 학술 교류에 대한 평가는.
 
“코로나19 때는 학술교류 역시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팬데믹이 끝난 뒤 최근 1년여 사이 점점 회복되고 있는 단계다. 대학 간의 교류 외에도 싱크탱크 간의 교류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차하얼학회) 같은 경우도 매월 한국에서 오는 대표단을 맞이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초청하면 우리가 방문하는 등의 교류가 잦다. 이렇게 학자들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가 공통된 관점을 수립하고 관련 정보들이 정부에 전달되면 양국 수뇌부의 결정에도 중요한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 정상 간 교류가 이뤄지려면.
 
“양국 지도자 간에는 몇 가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서로가 양자 관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해야 하고 관계를 공동으로 정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효과적으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서로의 차이 속에서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이는 서로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전을 부담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전제를 잘 해결해 나간다면 정상 간 교류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올해는 중국이 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45년이 되는 해이면서 미국에서 대선이 있는 만큼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 중요한 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자가 누가 되든 사실 중국은 내년 1월 이후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유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만약 민주당에서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주 정치 제도하에서는 마지막까지 가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부분이고 결과는 나중에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다.”
 
―중국이 미국의 대선에 개입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첫째 중국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일부 정가에서 중국이 미국 대선에 간섭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들의 주장 중 다른 나라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하는 것은, 가령 러시아가 그런 시도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중국이 미국 대선에 개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미·중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최근 미국 의회를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겠고, 그의 측근에 강경 매파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어떤 강경한 경제적 조치를 취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의문이 드는 것은 본인이 당선되면 금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한반도 문제에서도 과거 자신의 집권기에 북한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났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개선된 부분은 없다고 본다. 결국 정치쇼에 불과한 것이었다. 반대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는 가정도 현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나.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제재를 가할 것이고 무역 분야에서도 지금처럼 갈등이 이어질 것이다. 결국 미·중 갈등은 구조적인 상황으로, 누가 당선되든 큰 차이가 없이 이런 문제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과 교류해왔는데.
 
“개인적으로도, 학회 차원에서도 한국의 여러 정치인들과 오랫동안 밀접한 연계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야 관계없이 많은 국회의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류의 주된 목적은 서로의 이해를 강화하고 양국의 우호적인 왕래를 빈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정협 위원을 네 차례 하면서 정치 참여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인들과 교류하고 공유하면서 서로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8월22일에는 서울에서 국회 산하 사단법인 ‘한·중 동행’의 출범식이 열릴 예정으로, 이를 통해 양국 간의 교류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간 관계가 개선될까.
 
“한·중·일 3국 간에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 국민들 간에 서로 안 좋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사실 여기에서 유발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코로나19 때 진행되지 못했던 3국 간 정상회의가 진행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3국 고위층 간의 대화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정치적으로 포용하고 문화적으로 교류하며 경제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3국 간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 또 한·중·일 경제 규모를 합치면 총량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블록으로 묶일 수도 있다고 본다.”
 
―차하얼학회가 사실은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국 일부 언론에서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차하얼학회는 독립적인 단체로 공공외교 관련 싱크탱크일 뿐이다. 특히 우리 학회는 중국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단체 중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다. 학회에 특수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학회의 주된 목적은 한·중 관계 개선과 한·중 교류 추진에 있다. 물론 한국은 언론 자유가 있는 국가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우리 학회를 비판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 따지고들 생각은 없다. 다만 비판적인 내용을 쓸 경우에는 사실에 기반해서 써야 할텐데 그런 것 없이 ‘어떤 배경이 있다’, ‘어떤 의도가 있다’라고만 보도한다면 곤란하다. 관련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면 좋겠다.”
 
한팡밍 차하얼학회 회장은…
 
●1966년 중국 허베이성 출생 ●베이징대 역사학 박사 ●하버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동국대 명예 정치학 박사 ●10, 11, 12, 13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11, 12, 13기 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 ●TCL그룹 회장 외사고문 ●중국동남아연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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