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관계 재정립·‘자폭 전대’ 뒷수습… 곳곳이 ‘가시밭길’ [국민의힘 새 대표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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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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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체제 과제와 전망

“尹 행보에 따라 새 지도부 성패 달려
전대 전 金여사 소환조사 응한 것도
정국 풀어줄 카드 일부러 미리 쓴 셈”

네거티브 공방에 감정 골 깊어 회복 난망
제기 의혹들은 거야의 대여 공세에 쓰여
원외 당대표 한계… 리더십 흔들릴 수도

대중 인지도 높고 ‘이재명 대항마’ 꼽혀
무기력 빠진 당 변화 이끌 기대감 일어


이변은 없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어대한)으로 시작해 어대한으로 끝났다. 진흙탕 싸움 끝에 한동훈 신임 당대표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이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62.84%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하지만 한 대표의 앞에는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당정관계를 재정립하고, 최악의 총선 참패와 ‘자폭 전대’를 거치며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해야 하는 데다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 속 소수여당의 한계까지 극복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당정관계 어떻게… 재정립? 반목?
 
한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다. 그동안 수직적 당정관계가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만큼 한 대표는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을 출마 일성으로 내세웠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동훈 체제의 성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뜻을 따르느냐, 또다시 ‘마이웨이’를 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과거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처럼 ‘윤·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대 과정에서 한 대표는 정부·여당의 기존 입장과 달리 제3자 추천을 전제로 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제안했고,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대 후보들이 “용산과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 의석수(108석)가 개헌·탄핵 저지선(101석)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소수여당 입장에서 ‘공멸’로 갈 수밖에 없는 당정 간 전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대 직전인 지난 20일 김 여사가 검찰의 비공개 소환 조사에 응한 것 역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란 해석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용산에서 한 대표에게 정국을 풀어나갈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면 김 여사 조사를 취임 이후 하지 않았겠냐”면서 “중요한 카드를 일부러 미리 써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대표와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與 새 대표와 최고위원들 국민의힘 인요한 신임 최고위원(왼쪽부터), 김민전 최고위원, 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당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고양=남제현 선임기자
◆당 통합·대야관계 등 첩첩산중
 
‘분당대회’, ‘자해 전대’가 남긴 당 안팎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일도 한 대표의 숙제다.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원 후보 측은 당권 레이스 초반 ‘배신자 프레임’에 이어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이후 총선 고의 패배·총선 사천·댓글팀 운영 의혹 등을 제기하며 한 대표를 공격했다. 후반부에는 한 대표가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됐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당내 화합이 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당장 한 대표 당선 이후 나·원·윤 후보는 바로 승복했지만, 그동안 ‘한동훈 때리기’에 앞장서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홍 시장은 한 대표 당선 이후 페이스북에 “당분간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아야겠다. 당원들의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이라면서 “단합해서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기 바란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날 다른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달리 전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대 야당과의 싸움은 난제 중 난제다. 특히 야당은 여당 전대 기간 불거진 각종 의혹을 대여 공세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표의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고, ‘한동훈 특검법’ 추진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야 대립으로 개원식조차 열지 못한 국회에서는 당장 25일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26일 탄핵 청문회가 예상된다. ‘원외 당대표’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한 후보가 원내 호응을 받아 굳건한 당 지지 기반을 만들지 못하면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韓, ‘변화의 시작’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치 신인에 가까운 한 대표가 그동안 무기력에 빠졌던 당을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돈다. 그가 사실상 여권 내 유일한 ‘팬덤’ 보유자이자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점, 민주당 ‘원톱’인 이재명 전 대표의 맞상대로 꼽힌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 대표 당선으로 우리 당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표가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한동훈 지도부가 이재명이 이끌 민주당과 확실히 차별화되지 않겠나”라면서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김의겸 전 의원 등 야당 인사들과 논리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재현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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