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5위’ 카카오 총수 김범수 구속…SM 시세조종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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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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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됐다.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이날 구속을 결정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가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6일 만이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상수 기자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올려놓기 위해 단기간 대량 주식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인수전에서 카카오는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 인수에 성공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2월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검사 4명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동원해 구속 필요성을 소명했다. 김 위원장 측은 법무법인 세종과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을 포함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 전날 법정에는 12명의 변호인단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일 검찰의 첫 소환 조사에서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튿날인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 총수로서 그룹 차원에서 벌인 시세조종을 몰랐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및 원아시아파트너스의 A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배 대표와 A대표는 앞서 모두 구속기소됐다가 각각 올해 3월, 전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오후 1시43분쯤 정장 차림으로 검찰의 호송 차량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심사를 마친 후에도 묵묵부답으로 호송 차량에 몸을 실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3건의 카카오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콜 몰아주기 사건도 맡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1억원 상당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후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KLAY)’와 관련한 의혹도 수사 중인데, 앞서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김 위원장을 이와 관련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김 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구속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기본 구속 기간은 2개월, 연장을 통해서 최장 6개월까지 늘어난다. 카카오와 관련한 여러 건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만큼, 검찰이 하나의 혐의로 구속 기간이 끝날 때쯤 다른 혐의로 추가 구속을 이어가는 방식을 취한다면 김 위원장의 구속기간은 6개월씩 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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