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난 금요일엔 완주 의지
지지율 악화에 명예 실추 부담감
토요일밤 가족회의 거쳐 최종 결단
최측근과 사퇴문 쓰고 다음날 게시
해리스에게도 당일 사퇴 결정 알려
질 바이든 여사·아들 ‘지지’ 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직 사퇴를 결정하는 데는 이틀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금요일인 19일까지만 해도 성명을 통해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히며 완주 의지를 피력했으나 토요일인 20일 오후쯤 사퇴를 결심하고 이날 전격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최측근인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전략가를 긴급 호출했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고, 셋은 밤늦게까지 대선후보 사퇴 입장문을 작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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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변수는 ‘명예’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조금 더 버티다가는 용퇴가 아닌 강제 퇴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임계점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밤 가족회의를 하고 사퇴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전·현직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TV토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거치며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였다.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이 있기 전 조사(6월17∼21일, 유권자 1878명 대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49%)과 트럼프 전 대통령(50%)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으나, 6월27일 TV토론 이후 조사(6월28일∼7월2일, 2815명 대상)에서는 2%포인트로 벌어졌고,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조사(7월16∼18일, 2240명 대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7%, 트럼프 전 대통령 52%로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로 벌어졌다.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도 많게는 10%포인트 가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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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켜 사퇴 발표 불과 1분 전인 오후 1시45분에 백악관과 선거캠프 선임 참모들과의 단체 통화에서 이 내용을 통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발언하는 동안 입장문이 엑스에 게시됐다. NYT는 이날 사퇴 결정 발표 이후 백악관 참모 일부가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으며, 일부는 안도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TV토론에서 고령리스크를 노출하며 후보직 사퇴 요구를 받아온 지 24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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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입장 전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 입장 전문. 바이든 대통령 엑스 캡처 |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토론을 계기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피격 사건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대세론을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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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고마워요, 조”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불출마를 발표한 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시민들이 ‘고마워요, 조’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아들 헌터 바이든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