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추가 모집 독려에도… 의대교수들 "충원 안해"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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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8. 오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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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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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가을턴’ 전공의 모집을 독려했지만,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 결원은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자로 수련병원별 최종 전공의 결원 규모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제출돼 현재 집계, 검토 중이다”며 “수평위를 통해 결원 규모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전공의, 우리나라 의료를 위해 내린 결단과 진심이 전해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내린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가을턴 전공의는 사직 전과 같은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가을턴으로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게 한 조치였다. 하지만 17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6명 중 사직서가 수리된 이들은 16.4%인 1726명에 그쳤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병원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을턴 모집 규모를 두고 병원과 교수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교수들 “사직 전공의 자리 충원 안 해”
 
교수들은 ‘사직 전공의 결원이 아닌,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모집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 자리를 충원하면, 기존 전공의가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공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전공의의 복귀를 가로막는 조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조윤정 고려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모집 공고를 냈는데 다른 전공의가 지원하면 안 뽑을 수가 없다”며 “그 지원자를 뽑지 않는 합리적 사유를 써야 하는데, ‘사직한 전공의가 있어서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고 적으면 지원자는 그 이유를 합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는 내 제자인 동시에, 필수의료를 책임지며 국민의 주치의가 될 사람이다. 모든 전공의들이 한 마음인데 정부가 나서서 전공의들을 갈라치기해서 과연 얻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고려의대 외에도 많은 수련병원 교수들이 병원에 같은 입장을 표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많은 임상과에서 추가모집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도 “임상과장들은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고 올렸는데, 병원장이나 병원 집행부 생각이 달라서 내부적으로 계속 진통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병원이 가을턴 모집 최종 신청
 
이같은 교수들의 의견이 최종 모집에 반영될지는 수련병원 결정에 달렸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교수들 입장에 따라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가을턴 모집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오승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가 진행한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했다.
 
반면 고려대병원은 사직 전공의 결원까지 포함해 모집을 신청했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예정대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필수의료를 비롯한 전체 진료과 상당수가 정원을 신청했고, 신청 결과를 복지부에 통보한 상황”이라며 “기존 결원뿐 아니라 사직 전공의 결원까지 포함해 신청했다”고 밝혔다.
 
연세대병원도 사직서를 수리한 인원만큼 모집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마지막 임상과장 회의에서 병원 측은 수평위에 신청할 때 사직 숫자만큼 일괄 신청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수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병원, 정부 압박 못 이긴 것”
 
교수들은 “병원 측도 정부가 압박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만든 건 정부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비대위원장은 “근본적 문제는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게 한 것”이라며 “의료계는 반대했는데 정부가 억지로 시켰으니,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정 의장도 “정부가 사직서 처리 안 하면 내년 전공의를 감원한다고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해 서울 소재 5대 대형병원과 고려대병원에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장은 “정작 지방 소재 대학병원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전공의가 9월에 다른 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올해 인턴이 없는데 내년에 지원할 전공의가 있긴 할까요”라고 꼬집었다. 현재 인턴들도 수련병원에 없는 상황이고 학생들은 휴학서를 내고 국가고시도 거부하고 있어서 내년에 새롭게 배출되는 전공의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미복귀 전공의를 입대하게 한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일년에 일정한 수의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가는 인력이 있는데 한 해만 적용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복지부는 말이 아침, 점심, 저녁 다르고, 한달 전과 두달 전이 다르다. 어떤 사명의식으로 만들어내는 정책인지 알 수 없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만 낮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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