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살충제 중독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봉화읍의 마을에 사는 주민의 말이다. 이 마을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그는 “조용하던 마을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면서 “경찰 수십명이 매일 마을을 드나들며 수사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외부인의 방문이 극도로 꺼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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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감식반이 지난 17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경찰청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형사기동대·봉화경찰서 등 57명으로 구성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마을과 식당 관련자 조사와 현장 폐쇄회로TV(CCTV), 경로당 인근 블랙박스 등을 분석하며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사건은 초복이던 지난 15일 봉화군 봉화읍의 마을 경로당 회원 41명이 음식점에서 오리고기와 쌈 등을 먹은 뒤 발생했다. 식사를 한 당일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에서 3명이, 다음날 1명이 경로당에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피해자는 60~70대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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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모두 한 식탁에 앉아서 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이들이 경로당에서 식사 후 커피를 나눠 마셨다는 진술이 나와 수사는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경로당 회원들이 평소에 시원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냉장고에 커피를 여러 병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민 진술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에서는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이 커피가 맞다면 마을 외부보다는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경로당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원한에 의한 범죄라면 누가 평소에 커피를 마시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증 수사는 쉽지 않다. 시골 마을에서 살충제는 누구나 구입할 수 있고 보관할 수 있어서다. 고령이 대부분인 봉화군의 특성상 카드보다는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가게에서도 언제, 누구에게 살충제를 팔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 주민은 건강에 대한 불안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혹시 피해자들과 같이 살충제 성분이 든 식음료를 섭취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서다. 마을 주민은 “일부 주민이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농번기로 한창 바쁜 데 이런 일이 터져 다들 속앓이가 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