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권’으로 도박… 2년간 380억원 규모 홀덤대회 연 일당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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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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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권’(대회 참가권)을 사실상 판돈으로 쓰는 방식으로 300억원대 규모의 도박장을 불법 운영한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 호텔 등지에서 시드권을 현금 대신 거는 방식으로 홀덤 대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도박장소개설) 대회사 대표 A씨를 구속하고 직원 11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시드권을 이용한 간접 베팅 방식의 홀덤대회로 구속된 첫 사례다. 홀덤펍 업주와 딜러, 시드권 판매상 등 관계자 204명은 도박장개설방조 혐의로 붙잡혔다.
 
사진=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도권 대형 호텔 등지를 빌려 2년간 47회에 걸쳐 판돈 380억원 규모의 홀덤 대회를 불법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금 대신 사전에 구매한 10만원 상당의 시드권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 불법 도박장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시드권이 ‘칩’이 돼 도박 판돈으로 쓰인 셈이다.
 
일당은 대회마다 참가자들에게 최대 50장의 시드권을 받았고 수익은 대회 상금으로 쓰거나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드권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재화로 유통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참가자 206명에게서 시가 10억3000만원 상당의 시드권 1만300장을 참가비 명목으로 받고 ‘텍사스 홀덤’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1등에겐 1억7000만원을 주는 등 총상금 8억2400만원을 걸었다.
 
A씨 등은 제휴 홀덤펍이나 대회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드권을 팔기도 했다. 시드권을 구매한 홀덤펍은 참가비 5만∼10만원을 받고 게임을 열어 승자에게 시드권을 주는 방식으로 시드권을 유통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회 운영자들은 SNS 등을 통해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도박과는 다르다’며 합법 게임으로 홍보했지만 이런 방식의 대회는 모두 불법이다. 시드권이 SNS 등에서 개인 간 거래로 현금화됐고, 개별 홀덤펍에서도 현금처럼 사용돼서다.
 
경찰 관계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하고 홀덤 게임에 참가해 상금을 나눈 행위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회사의 운영수익 46억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하고 임대차 보증금 1억원과 차량 1대를 몰수 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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