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특혜’ 형평성 논란 확산… “오히려 복귀 지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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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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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유급 구제안 마련

정부, 3학기제·2025년 이수 등 제안
유급 판단 시기도 학년 말로 조정
대학측 정부 권고 수용 여부 주목
교육계 “집단유급이나 휴학 결단
2025년 교육여건 악화 막을 대안을”

전공의 수련병원 이동 허용 속
'빅5 쏠림’ 지방의료 붕괴 우려

‘휴진’ 병원, 건보급여 선지급 보류


정부가 10일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은 ‘돌아오기만 한다면’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면 무료 보충수업, 수업일수 감축 등 온갖 방안을 총동원해 유급은 물론 학업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번 방안이 의대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정부가 과도하게 특혜를 제공해 형평성 논란을 부르고 오히려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구 없는 갈등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시점을 2월29일자로 정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한 데 대해,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는 6월4일부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했으므로 6월3일까지는 명령의 효력이 유지된다”며 “사직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6월4일 이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들에게 “여러분이 학업에 복귀한다면 유급 걱정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현재 대부분 대학에서 학칙상 예과 1학년은 휴학이 불가능하다.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의대는 학칙에 따라 한 과목만 F를 받아도 유급처리되지만, 교육부는 올해 1학년은 일부 과목에 F 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라고 대학에 제안했다.
 
이런 대책들에도 의대생들이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올해 2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시작된 후 5개월 동안 계속 ‘유급만은 막아주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업에 복귀한 학생은 극소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히려 정부 기조가 학생들에게 ‘학교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의료인 수급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며 “공익을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방안엔 ‘당근’뿐이 아니라 1학년 유급 발생 사태에 대비한 ‘채찍’ 대책도 담겼다. 교육부는 올해 1학년이 내년에 1학년 수업을 다시 듣게 될 경우, 내년 신입생의 학습권을 우선 보호하는 계획을 준비할 것을 각 대학에 요청했다. 수강신청 시 ‘25학번’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업 거부 사태와 무관한 내년 신입생들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유급 방지책을 마련하며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집단 유급이든 휴학 승인이든 ‘결단’을 내리고 내년도 의대 교육여건 악화를 막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방책을 내놓은 만큼 전공의 거취 부분이 해결된다면 학생들의 복귀도 연계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 상황도 여의치 않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9월 수련병원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수련 도중 사직하면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지침을 완화하는 ‘수련 특례’까지 꺼내 들었지만 사직 시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유의미한 복귀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인근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련병원협의회가 전날 9월 전공의 모집시한을 일주일 연장하고 ‘수련병원 이동을 권역별·과목별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정부는 이날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수련병원 이동을 허용하면 지방의 전공의들이 ‘빅5’ 등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몰리면서 지방의료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하지만 협의회 측이 “전공의 사직 시점을 일률적으로 2월29일로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 협의하더라도 정부가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사직서 수리 시점은 여전히 6월4일 이후”라고 못 박았다. 정부가 2월 말 사직을 인정하면 전공의들은 사직 후 9월 복귀 뒤 받게 되는 ‘수련 특례’가 없어도 내년 3월에 수련 복귀가 가능해 특례 효용성이 떨어진다. 굳이 가을에 복귀할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 입장대로면 직전 3개월 월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전공의들의 퇴직금이 크게 줄고, 전공의 주장대로면 복귀 선택권이 커지는 대신 정부는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수련 특례는 9월 하반기 모집에서 복귀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하기로 했고,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는 수련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소속 교수 일부가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고대안암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을 겪는 수련병원들을 상대로 한 6월분 건보 급여 선지급 심사결과를 통보했는데, 휴진을 선언한 해당 병원들에 대해선 지급이 보류된 것이다. 복지부는 “교수들이 휴진을 철회하면 요건이 충족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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