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프랑스 리스크’ 현실화?… 우크라 무기 지원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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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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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마크롱 국정 운영 동력 사라져
CNN “우크라 전쟁 佛 역할 축소될 듯”


혼돈에 빠진 프랑스 정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라 침공에 맞서기 위한 서방 연대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선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프랑스의 군사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총선 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국방 분야 장악력이 뚝 떨어진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대외정책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에 눈길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 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 등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나토 창립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바이든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미국에 도착하지 않아 사진 촬영에선 빠졌다. UPI연합뉴스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 수도 워싱턴에서 11일까지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제공을 늘려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해 독일, 루마니아, 네덜란드 그리고 이탈리아가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제공키로 뜻을 모았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이들 나라 말고 다른 나토 동맹국들도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캐나다, 노르웨이, 스페인 그리고 영국을 적시했다.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미국·영국과 더불어 나토의 ‘빅3’에 해당하는 프랑스는 빠진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유럽 통합 방공망 구축 사업에 감사의 뜻을 표하긴 했으나, 이는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직접 관계가 없다.
 
자연히 총선 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서 프랑스의 기여도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 1당이 돼 총리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진 NFP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집권당보다 소극적이다. 프랑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우선이란 이유에서다. 선거운동 기간 NFP는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으나, 미국 CNN 방송은 “총선 결과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수도 워싱턴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연구소에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무슨 발언을 하든 동맹국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다. NFP 측 인사가 총리를 맡아 새 내각을 꾸리는 경우 프랑스는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한 대통령과 총리가 공존하는 동거정부(cohabitation)가 출현한다. 총리의 강한 권력은 외교·국방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제사회나 외국 정부를 상대로 무슨 약속을 하든 총리가 이를 따르지 않거나 뒤집으면 프랑스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새 총리를 선임하는 대신 사의를 밝힌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에게 “국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총리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일각에선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 새 총리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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