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운전자 ‘급발진’ 입장 고수… 2차 조사서 실마리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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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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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 경적소리 안 들려
내비게이션서 ‘우회전하라’는 안내 나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낸 운전자 차모(68)씨가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10일 차씨 2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필요시에는 압수수색이나 거짓말 탐지기 사용 등 각종 수사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브리핑에서 “가해자는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4일 첫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차씨는 현재까지도 이같이 차량 이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씨는 사고가 난 길이 처음 온 길이었으며 일방통행인 줄 몰랐다고 한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18길이 초행길이었으며 일방통행 길인 줄 모르고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류 서장은 “가해자는 그 부근(세종대로18길) 지역에 관한 지리감이 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차씨 차량이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가드레일에 충돌할 때까지 속도가 계속 올라갔는가’라는 질문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출구를 나와서 점차 속도가 올라가는 것은 확인되는데, 자세한 지점별 속도 추정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 결과에 포함돼서 나올 것”이라고 류 서장은 설명했다.
 
7일 경찰들이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역주행 예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가해자가 역주행로에 진입한 사실을 인지하고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류 서장은 차씨가 언제부터 역주행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느냐는 질의에 “호텔 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 진입 시점에는 역주행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추가로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국과수 정밀감식·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당시 상황을 추정할 중요한 자료가 된다. 차씨가 경적(클랙슨)을 울리지 않았는지 질의에 “추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우리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클랙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사고 당시 차씨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고,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는 일방통행로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점도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류 서장은 “블랙박스에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알려주는 음성이 나온다”며 “(내비게이션에서) 우회전하라고 나온다”고 말했다.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을 때 경로를 이탈했다는 음성이 나왔는지’를 묻자 “안 나온다”고 답했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수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씨는 현재 사고 충격으로 갈비뼈가 골절돼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다. 류 서장은 차씨가 “갈비뼈가 골절됐고 일부가 폐를 찔러서 피가 고여 있는 상태”라며 “장시간 조사를 못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8주 진단으로 확인돼 있고, 진술 답변은 잘하는데 중간중간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차씨의 폐가 훼손돼 병원에서 당분간 퇴원이 어렵다고 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사흘 만인 지난 4일 병원을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첫 피의자 조사를 벌였고, 이틀 뒤인 6∼7일에는 차씨가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건강 상태와 관련한 면담도 진행했다. 이때도 차씨는 시종일관 차량 이상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의 60대 아내 김모씨 역시 참고인 조사에서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차씨 2차 조사는 10일로 예정돼 있다. 류 서장은 차씨 건강 상태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전제하면서도 “10일 2차 조사하는 것으로 변호인 측과 조율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2차 조사에서 차씨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근거와 역주행을 하게 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차씨 자택·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신청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류 서장은 ‘차씨의 퇴원 예정일에 맞춰 구속영장 신청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감정 결과나 수사 결과 따라서 검토하겠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 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해자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라면 거짓말 탐지기도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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