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세수 펑크에도… 기업 활력에 방점 ‘감세 드라이브’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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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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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규모 세제개편 예고

법인세 쇼크 탓 3년째 ‘세수 조기경보’
2024년 세수 진도율도 2023년에 못 미쳐
지난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 ‘- 64조원’

상속세·종부세 등 세법개정안에 포함
낙수효과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 기대
야당 반발에 국회 처리 여부는 미지수


윤석열정부가 또 한 번 대규모 ‘감세정책’을 예고했다. 각종 세제 지원으로 부진에 빠진 내수와 기업 활동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자본시장 관련 세제의 개편을 추진 중인데, 이 같은 내용을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감세 추진의 난관은 심각한 세수 부족 상황이다. ‘법인세 쇼크’가 계속되면서 올해도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3년째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윤석열정부, 계속되는 감세정책

출범 3년째인 윤석열정부는 올해에도 감세정책을 준비 중이다. 이달 초 내놓은 ‘역동경제 로드맵’은 이 같은 기조의 예고편이었다. 당시 정부는 주주환원 금액을 일정 수준 이상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일부 공제하고, 주주를 상대로는 늘어난 배당금이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여기에다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상속세와 종부세가 고소득·대자산가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부담을 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감세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면 당장 세수가 줄더라도 기업 투자가 늘고, 이는 가계의 소득·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기가 살아나 결과적으로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란 셈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22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서에서 “올해도 법인세 등 세수 사정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올해는 회복세가 보이지만 그 법인세는 내년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세수 결손을 공식 확인했다.

이른바 ’부자 감세’ 탓에 세수 결손이 심화했다는 지적엔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경제활동을 위한 세제 지원, 그리고 민생 안정과 경제활동 감세”라고 반박했다.

최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도 “재정 여건이 나쁘니 증세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고, 재정 지출과 세제 지원, 조세 지출의 역할을 나눠 긍정적인 효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수는 펑크에 재정건전성은 빨간불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사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고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세수입은 151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조1000억원 감소했다.

세수 진도율은 지난 5월까지 41.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46.6%)는 물론이고 최근 5년 평균(4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진도율은 정부가 올 한 해 걷겠다고 한 목표금액 중 실제로 걷힌 국세수입의 비율을 의미한다. 진도율이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세수 조기경보가 발령됐다.
세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법인세 쇼크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3000억원(35.1%) 급감했다. 56조원대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부족이 확실시되면서 정부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일시 대출제도)처럼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이 상반기에만 91조원을 넘는다. 일시 대출 후 아직 갚지 않은 잔액도 19조9500억원이며, 상반기 6개월간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만 1291억원을 냈다.

세수 부족은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야당 반발에 세법 개정안 힘 빠지나

정부가 세수 부족에도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거대 야당이 동의해 줄지 미지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동의 없이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는 만큼 감세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국회에서 갈등만 촉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부족의 원인에 감세정책도 한몫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포용재정포럼 부회장)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반복되는 세수 부족과 감세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반복되는 세수 부족은 경기적 요인보다 감세정책이 주된 원인”이라며 “감세의 투자 및 고용 효과가 미약하고,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민주당도 세수 결손의 책임을 감세정책으로 꼽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나라 곳간이 거덜난 원인은 부자 감세”라며 “세수 결손 청문회, 재정 파탄 청문회 등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 국세청 차장 출신의 임광현 원내부대표 등이 개인 의견을 전제로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 정책위의장도 “합리적이고 필요한 개정이라면 논의할 의지가 있다”며 감세정책에 열려 있다는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

10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이재명 전 대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대거 후보 시절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의 종부세 납부를 연기해 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타협안 수준의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특검법 등으로 여야 대치가 심각한 상황에서 세법 개정안으로 ‘부자 감세 프레임’이 갇히는 데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 상황에 따라 알맹이 없는 세제 개편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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