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산 푸르게’ 40년… 세계에 심은 나무 여의도 면적 56배 [연중기획-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입력
수정2024.07.10. 오전 11:13
기사원문
권이선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숲조성 캠페인 선구자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매출액 1% 떼어 산림청 1년 설득 끝에 시작
1985년 ‘신혼부부 나무심기’ 참가자들 자녀가 대 잇기도
녹화사업 넘어 여름철 기온 낮추고 생물종 다양화 기여
사막화 中·몽골까지… 환경·기후문제 선도적 해법 제시


2022년 3월 강풍에 솟구친 붉은 불기둥이 동해안 일대 푸른 산림을 집어삼켰다. 화마는 장장 213시간 동안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2만523㏊를 휩쓸며 역대 두 번째 규모이자 최장기 산불로 기록됐다. 최근 드론 영상을 통해 확인한 동해시 어달산(봉화대산)은 산불이 낸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피해목들과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민둥산은 산불의 참상을 실감케 했다.

산불 피해가 발생한 숲을 복원하는 데 30년, 생태계 복원까지 또다시 100년. 열흘간의 산불이 한 세기를 앗아간 셈이지만 민간 기업인 유한킴벌리의 노력으로 황량한 땅에도 희망은 자라나고 있다. 40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통해 숲 조성에 앞장서온 유한킴벌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혼부부 나무심기’, ‘그린캠프’(숲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 지역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나무심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두 번의 나무심기 행사에서 신혼부부 125쌍을 포함한 참가자 700여명은 푸른 숲의 뿌리가 될 2년생 소나무 1만1000그루를 심었다. 올 하반기 동해시에서 진행될 그린캠프에서도 산불로 소실된 숲의 심각성을 시민과 대학생이 경험하고 함께 복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산불 피해가 가장 큰 경북 울진에서는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와 협력해 지난해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산불피해지 생태복원사업을 진행한다.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숲 환경 공익 캠페인이 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최근 화두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나 사회적책임(CSR)은커녕 산림자원 조성이 오로지 정부 주도로만 이뤄지던 1984년, 크리넥스 매출액의 1%를 모아들고 산림청을 찾아간 것이 그 시작이었다.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장기간 지속할 수 있고, 숲이 건강한 생태와 물, 토양, 대기 등 에코 시스템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새로운 국민적 생태환경 캠페인에 대해 1년 가까이 정부를 설득하며 승인을 받아낸 유한킴벌리는 그해 4월 “보다 살기 좋은 환경, 보다 풍요한 산림자원을 이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크리넥스 티슈 매출액 중에서 나무 100만그루를 기증해 조림하기로 했다”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 문구를 처음 선보였다.

◆푸른 숲 위한 40년

40년간 이어온 캠페인의 주력 사업은 역시 숲을 조성하고 가꾸는 일이었다. 그간 국내외에 5700만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가꿨다. 국내 3100만그루를 비롯해 북한에도 1286만그루를 심었으며, 사막화 방지 일환으로 몽골과 중국에 심은 나무도 각각 1278만그루, 42만2000그루에 달한다. 숲의 규모로 따지면 1만6500㏊로 여의도의 약 56배 크기다. 지금까지 숲 가꾸기에 참여한 시민은 40만5000여명, 캠페인으로 조성된 숲길은 67㎞가량에 달한다.
캠페인 초기 정부가 아닌 개인이 나무를 심는 일이 흔치 않은 시대적 상황에서 황폐한 숲을 복구하고 보전하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였다. 유한킴벌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이 가장 높다는 판단하에 갓 결혼한 부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1985년 신혼부부 나무심기 캠페인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캠페인에 동참한 신혼부부는 2만명이 넘었으며, 이제는 초창기 참여자들의 자녀들이 부모 뒤를 이어 나무심기 활동을 함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나무심기 캠페인은 단순히 국토를 녹화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한편, 여름철 평균 기운을 낮추는 데 일조하면서 생물의 종 다양성을 증진하고 있다. 2022년 유한킴벌리가 신혼부부 나무심기를 진행한 숲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해당 지역의 이산화탄소 흡수, 공기질 개선 등이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2021년도에 나무심기를 시행한 경기도 가평군, 광주시, 안성시, 충북 제천시 네 곳을 대상으로 1㏊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광주시 17.45t, 제천시 16.76t, 가평군 16.34t, 안성시 14.11t 등으로 환경 개선 효과가 높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처럼 유한킴벌리는 숲과 환경에 관한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며 국민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선제적으로 알려왔다. 숲 조성·가꾸기는 물론 숲과 연결된 강, 하천 등의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데 노력해왔다.

문정빈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유한킴벌리가 발간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40주년 백서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친환경 행보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유한킴벌리가 차별화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진정성’을 꼽았다. 문 교수는 “(캠페인이 시작한) 1984년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익명성은 생산자 책임을 피하고 소비자는 ‘가성비’를 중시했으며, 기업의 생산함수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가지 투입 요소만 생각하던 때였다”며 “진정성을 확인하는 두 가지 요소는 ‘투입된 시간’과 ‘일관성’이다. 친환경 경영에 아무도 관심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때조차 유한킴벌리는 흔들리지 않고, 캠페인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이끈 사회운동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에서 주목할 점은 이 캠페인이 정부, 시민·환경단체, 학교, 도시 등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고 이들과 협력해 제도 변화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도시숲’ ‘학교숲’ ‘남북산림협력’ 같은 산림에 관한 인식 증진을 촉진하며 학계와 법률·정책, 국민의 큰 변화를 끌어내 왔다.

외환위기와 함께 시작된 ‘생명의 숲 국민운동’도 유한킴벌리의 사회적 역할을 잘 보여준다. 유한킴벌리는 외환위기로 실업 문제가 커지자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개발해 정부에 제안했다. 사업을 통해 생산된 목재는 지역 주민에게 제공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한편 2002년까지 5년 동안 연인원 1554만명의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공공근로사업을 운동의 구심점으로 삼아 산림청,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와의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거버넌스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는 기존 환경운동의 틀을 깼다. 일례로 학교숲 조성 운동은 사업 초기 학생들의 체육 공간을 침해한다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숲이 학생들의 정서 안정과 학업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 알려지고, 학교 주변 시민들도 숲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정당성을 얻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캠페인은 국내 녹화사업을 넘어 기후변화, 사막화, 미세 먼지와 같은 글로벌 환경 문제로 확장해나갔다. 유한킴벌리는 동북아 지역의 사막화를 막고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몽골에 숲을 조성하는 국제협력사업을 전개했다. 몽골 북부의 토진나르스 소나무 숲은 토양, 수자원을 보전하고 주변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산불과 과도한 벌목 사업으로 사막화가 진행된 곳이었다. 2003년부터 매년 100㏊ 이상 규모로 나무를 심고 가꿨다. 지금까지 3250㏊에 약 1000만그루의 소나무를 심었고 지금은 울창한 숲이 됐다.

이처럼 40년간 이어온 캠페인은 유한킴벌리의 기업 문화와 비즈니스에 깊이 뿌리 내려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 ‘사람이 희망이다’에서 유한킴벌리는 소비자를 비롯한 총 7995명의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ESG 영역별 전문가의 세부 평가를 거쳐 중대 이슈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00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며 매출 비중의 95%를 지속가능제품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기업과 시민이 함께 참여해 생태환경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올해로 40년을 맞이했다”며 “보다 살기 좋은 사회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던 우리의 작은 실천이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 발전할 수 있었으며, 시민들과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해 확대됐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