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인도 돌진·추돌 사고 속출… 시민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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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운전자 차량돌진에 2명 부상
용산선 70대 택시운전자 앞차 쳐
2명 경상… ‘급발진’ 가능성 제기

시청역 참사 이후 유사사고 반복
일각선 일상 속 트라우마 우려
페달 블랙박스 설치 힘 실리기도

“70세 이상 교통사고 위험도 상승”
고령운전자 안전 관리 강화 지적


보행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 한복판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가 다치거나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 차량 운전자가 모두 60대 이상인 탓에 고령 운전자에 의한 안전사고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벽 들이받고 멈춰선 가해 차량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의 편도 3차선 도로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행인 2명을 친 뒤 벽을 들이받고 멈춰 선 현장에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용산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12분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도로에서 70대가 몰던 택시가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으며 4대가 연쇄추돌해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차량 급발진인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용산구 서울역 인근 편도 3차선 도로에서 8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택시가 응급의료센터로 돌진해 보행자 3명이 다쳤다.
 
경찰은 서울역 사고의 경우 급발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청역과 국립중앙의료원 사고, 이촌동 사고는 급발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사망자 9명을 포함해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청역 참사의 경우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가해 차량의 가속페달(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기록이 담긴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통상 1∼2개월 걸린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는 “급발진이 일어났다면 자동차의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나 EDR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도 “EDR만으로 100% 급발진 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7일 경찰들이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급발진 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제도적으로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가 있다면 급발진·오조작 여부를 힘겹게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은 자체적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등 대처에 나서고 있다. 한 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선 페달 블랙박스 상품이 주간 인기상품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터넷의 급발진 사고 관련 영상엔 시청역 사고를 접한 뒤 급발진 대처법을 알아보고 있다는 반응이 달렸다.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되레 급발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사례도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급발진을 주장한 한 택시 운전자의 차량 페달 블랙박스 영상 캡처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이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수차례 밟은 사실이 확인됐다.
잇따르는 급발진 주장 사고의 운전자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건수(258만6338건) 대비 사고건수(11만8287건)는 4.57%로 65세 미만(4.04%)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의 평균 피해자 수는 2.63명으로 65세 미만의 1.96명보다 많았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의 피해자(31만532명) 중 부상 1∼11등급의 중상자와 사망자를 합친 비율은 8.72%로, 65세 미만(7.67%)보다 높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70세 이상 운전자부터 교통사고 위험도가 뚜렷이 상승하고, 80세 이상부터는 더 가파르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자는 운행 빈도 자체가 40∼50대보다 낮은데도 사고 빈도나 심도는 높게 나타나는 편”이라며 “연령별 위험도가 보험료에 일부 반영돼 있는데도 (고령자의) 손해율 차이가 의미 있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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