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뒤흔드는 불황… 위기의 초기 징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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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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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 린다 유/ 안세민 옮김/ 청림출판/ 2만원
 
1929년 10월29일 월요일, 많은 미국인들이 일제히 주식을 팔려고 하면서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무려 13% 가까이 하락했다. 이른바 ‘검은 월요일’이었다. 다시 ‘검은 화요일’에 12%가 떨어지는 등 다우지수는 불과 2주 만에 거의 50%나 폭락했다. 주식시장이 무너지자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됐고, 수많은 은행과 기업이 무너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뒤늦게 시장에 개입해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일시적인 회복세에 조기에 부양정책을 중단했다가 대공황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은 1937~38년에도 국내총생산(GDP)이 10% 하락하고 실업률은 20% 상승하는 등 ‘더블 딥’의 침체에 빠졌다.

이와 달리 2020년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에는 어느 때보다 시장 붕괴의 범위가 넓고 컸음에도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현금을 투입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비교적 빠른 시기에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린다 유/ 안세민 옮김/ 청림출판/ 2만원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제학과 겸임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1930년대 대공황부터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우리가 겪은 불황의 구조적 요인을 결정한 주요 사건들과 그 특징, 위기를 관통하는 주요 메커니즘을 추적했다. 분석 대상은 1980~90년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신흥국가의 외환위기, 1990년대 일본 부동산 시장 폭락,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 8개의 위기다.

저자는 모든 역사적 경제 위기는 도취감의 고조→ 신뢰의 붕괴→ 여파라는 3단계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고 분석한다. 먼저 시장은 끊임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과열된 믿음이 현실과 다른 도취감을 낳고, 이것이 실물 경제와 괴리를 일으키면서 거품을 형성한다. 하지만 거품은 오래 지속할 수 없어서 현실과의 괴리가 밝혀지는 순간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거품이 붕괴된다. 이때 정책적 대응에 따라 붕괴의 여파인 빠른 회복과 장기 침체가 좌우된다.

저자는 정책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또는 금리 인상 등 경기역행적인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고, 투자자들 역시 시장 흐름을 따라 그대로 올라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뢰 붕괴 문제와 관련해선, 각국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신뢰를 회복해 위기의 여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위기를 겪지 않았지만 이제는 위기가 무르익었다며 다음번 대폭락의 신호는 중국에서 울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즉 거대하고도 부채가 많은 부동산이 무너질 수도 있고,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으며, 공식 은행 시스템 밖의 ‘그림자 금융’이 작동하는 대출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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