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착한 놈부터 데려가는데 열심히 살아봤자 뭣하나”…애통한 배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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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5. 오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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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희생자 영결식

운전자, 경찰과 첫 대면 조사서
“브레이크 딱딱” 급발진 재차 주장
“체포 필요성 없어” 영장은 기각

다수 인명 피해에도 한 개 범죄
금고형에 처해질 가능성 높아


“아이고 우리 아들, 우리 착한 아들 잘 가거라….”
 
서울 시청역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참사’ 희생자 9명 중 7명의 발인식이 치러진 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은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오열했고, 자녀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동료들은 허망하게 떠난 고인들 곁에 나란히 서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4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로 사망한 신한은행 직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시중은행 직원 4명과 대형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의 발인식이 차례로 진행됐다. 장례식장 바깥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은행 동료 100여명이 마지막을 함께 했다. 용역업체 직원 박모씨의 운구차는 친·인척 20여명의 배웅을 받으며 장지로 향했다. 한 젊은 남성은 주먹을 꽉 쥔 채 “열심히 살아봤자 뭣하나, 이렇게 착한 놈부터 데려가는데”라며 애통해했다. 업체 직원 김모씨와 지난해 10월 부부의 연을 맺은 부인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인병(52)씨와 세무과 직원 윤모(31)씨 발인은 각각 국립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김씨와 윤씨의 운구 행렬은 장지로 향하기 전 고인이 일하던 서울시청 본청과 서소문청사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했다. 동료 직원 수십명은 검은 옷을 입고 나와 눈물로 고인을 배웅했고, 윤씨의 남동생은 “저희 형이 너무도 좋아하는 곳이었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시청역 역주행 사고 희생자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 고 김인병 씨의 영정이 서울시청을 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발생 3일차인 이날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모(68)씨에 대한 첫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급발진을 재차 주장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현장검증도 실시했다. 사고 현장에선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는 등 차씨의 주장과 대치되는 정황이 드러났는데, 차씨의 차량이 역주행한 동선에서 3D스캐너 등을 동원해 도로 실측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차씨는 1일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가 인도 가드레일을 뚫고 보행자들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경찰이 차씨를 상대로 신청한 체포영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병원에 입원한 차씨를 근거리에서 신변보호하고 있다는 점도 기각 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시청역 돌진사고 운전자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차씨가 법원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금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한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면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형법(상상적 경합)에 따라, 차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만 기소되면 최고 금고 5년을 선고받게 된다. 금고는 징역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역을 하지 않는다.
 
경찰은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성 글이 퍼지는 데 대해선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쪽지를 붙인 작성자도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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