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칩스법’ 처리와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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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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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이차전지 세제 특례 확대
이견 컸던 여야, 양보 통해 합의
지금의 꽉 막힌 정국 돌파하려면
극단 떠나 협치의 토대 이뤄가야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과 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등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11일 공포·시행됐다.

K칩스법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산업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수백조원을 투자하는 기업들의 투자부담이 줄어든다. 엄청난 경제적 파급력 때문에 법안 처리 과정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천종 정치부장
정치적 맥락에서 K칩스법은 협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판에서 모처럼 여야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K칩스법도 여야의 이견이 컸고,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서로 양보를 통해 고비를 넘겼다.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3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 실증 자료·법안 설명 자료를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제공했다. 이 법안의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은 야당 의원들에게 일대일로 설명하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더불민주당 의원들 역시 공청회를 통해 귀를 열고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혜택 범위 확대 주장을 수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이 대표가 화답하면서 열매를 맺었다.

K칩스법처럼 드물지만 또 다른 협치 사례도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방한 중인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본회의를 방청하는 가운데 본회의 참석 239명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본회의에 앞서 BIE 실사단과 면담하는 한편, 본회의에서 통과한 결의안을 실사단에 전달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대일 외교와 특검 등 입장차가 큰 현안이 줄 이어 있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 갈등의 골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지금처럼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하려면 K칩스법과 부산엑스포 결의안 처리에서 보여준 협치의 성공 방정식을 이식하는 게 절실하다.

궁극적으로는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기대는 한국 정치의 틀을 뜯어고쳐 협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양당 독식구조를 낳은 현재의 선거제도에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때마침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한창이다.

여야 의원들은 전원위원회에서 적대와 분열의 정치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키우고 있다며 선거제 개혁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선거제를 ‘승자독식 제도’, ‘양당독점 제도’ 등으로 표현하며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은 그 어떤 노련한 정치가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숱한 선거제 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정당이나 의원들 이해관계가 엇갈려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이번 전원위에서도 총론과 달리 세부적인 방법론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는 물론 의원들 간에도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더욱이 20년 만에 열린 전원위원회건만 진중하게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며 진정성을 보이는 의원이 많지 않아 생산성 높은 토론회를 기대하던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극단적 팬덤 정치로 중도층 정치 피로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유권자들이 자신의 진영과는 다르지만 미래를 위해 색깔이 다른 정치인도 뽑는 ‘모험 버튼’에 손을 대보면 어떨까. 그러려면 선거법 개정을 위한 사상 초유의 전원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선거법 개혁을 위한 합의를 이뤄내는 게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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