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체제가 1달 이상 이어지면서 군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비상 계엄 가담 혐의로 주요 직책을 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구속되고 직무가 줄줄이 정지된 데 이어 보직해임 절차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안보 공백을 막을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직무정지가 이뤄진 이들의 보직은 대북 대비태세와 수도권 방어를 위한 핵심 직책에 해당돼 군 안정화 대책이 절실하다.
더구나 우리 군은 올해 이례적으로 신년사도 건너뛴 채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신년사 때는 북한의 ‘파멸’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냈던 것과 대조된다. 국군통수권자(윤석열 대통령)와 군 수장(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시대착오적인 비상 계엄 선포 사태로 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추락한 데 따른 안보 공백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대비 태세를 재정비하기 위해 후속 인사가 시급한데도 불구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국군 통수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당분간 직무대리 등 땜질식 군 지휘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불안정한 탄핵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미연합 또는 한국군 자체 훈련 등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계엄 여파로 지금까지 직무정지된 장성은 진급 예정자를 포함해 모두 9명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 여인형 방첩사령관·곽종근 특전사령관·이진우 수방사령관(이상 중장).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소장).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구삼회 2기갑여단장·방정환 전작권 전환 TF장(이상 준장). 정성우 방첩사 1처장(준장 진급 예정) 등이다. 계급장 별의 숫자로 따지면 1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된 여인형·이진우 사령관의 경우 보직해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소로 혐의명이 명확해진 후 보직해임심의위원회가 열린다"며 "위원 구성과 위원회 운영 계획 수립 등이 곧 이뤄진다"고 밝혔다. 박안수 총장 등도 이달 초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데, 기소가 완료되면 같은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직무정지와 보직해임 대상자가 추가될 수도 있다. 야권은 계엄사령부 직위자 신분으로 참고인 조사만 받은 일부 장성도 직무 배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명된 직무대리자들이 현재 해당 부대에 위치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비태세나 작전 임무태세에 부족함이 없다"는 게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대리 체제가 길어질수록 한계가 드러날 것이란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후속 인사는 당분간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연이어 탄핵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군 통수권 행사에 해당하는 장성 인사를 실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