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 ‘리대혁’인가, 러시아인 ‘킴’인가... 총탄에 뚫린 군인 신분증 진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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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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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게 신분을 숨기기 위한 ‘위조 신분증’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관련 사진이 우크라이나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21일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이보케이션 인포는 텔레그램을 통해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북한군 소지품에서 가짜 정보가 담긴 위조 신분증이 나왔다며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총알이 뚫고 지나간 것처럼 혈흔과 구멍이 뚫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이 신분증에는 소지자가 1997년 4월 13일에 태어난 투바공화국 출신의 ‘킴 칸볼라트 알베르토비치’란 정보가 담겼다. 킴은 바이안탈라 마을에서 태어난 병사가 2016년 중등 기술 교육을 받고 지붕 공사 일을 하다가, 이후 투바 제55 산악보병여단에 징집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투바공화국 출신의 킴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이보케이션 인포는 보도했다. 매체는 "킴이라는 이름과 출생 연도를 조사한 결과, 해당 인물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 신분증에는 병사가 2016년부터 복무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2024년 10월 10일에 처음으로 무기를 지급받았고, 군번 역시 그다음 날 발급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신분증에는 사진 등 필수 정보가 일부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로 추정되는 유일한 정보는 첫 페이지에 있는 서명으로, 매체는 "문서에서 유일하게 사실로 확인된 정보는 첫 페이지에 있는 서명으로, 이를 통해 사망한 군인의 실제 이름이 ‘리대혁’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을 보면, 신분증에는 유일하게 다른 필체로 ‘리대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0월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이 파병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양계인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의 위조 신분증까지 발급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도 지난 10월 말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는 북한 군인들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 신분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조 신분증을 지급했다는 발표는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지만, 실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분증의 진위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RFA에 "사실 판단하기 어렵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북한군에 위조 신분증을 줬더라도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인들이 포로로 잡히거나 죽임을 당하면 그들의 신원이 밝혀질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그들을 러시아 민족이나 다른 민족으로 위장하는 것은 실질적인 목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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