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한 경찰 밀치고 삿대질… “꺼져라, XX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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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11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 상가 앞에 취객이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래는 같은 날 오후 9시쯤 인근 골목에서 만취해 택시의 기물을 파손한 한 시민이 경찰관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모습. 노지운 기자


■ ‘위협받는 공권력’ 현장 동행

욕은 기본·촬영해도 난동 지속

피의자와 몸싸움에 부상 빈번

차량검문땐 발등 치고 가기도

작년 공무집행방해 1만120건

거의 경찰 대상…구속은 5%뿐


“× 열받아 ××, 나한테 손대지 마. 찍지 마. 꺼져라 ××놈아!”

지난 17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구로구 한 재래시장 인근. 한눈에도 술에 만취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4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었다. 손을 휘두르며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몸으로 경찰관을 수차례 밀치기도 했다. 경찰관들은 “가만히 있으세요” “욕하지 마세요” “촬영 중입니다”라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취객은 10여 분간 난동을 벌이더니 아예 택시 보닛 위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기자가 서울 구로경찰서 구일지구대 순찰1팀의 야간 순찰 근무를 동행 취재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벌어진 장면이다. 이 남성은 지나가던 택시를 콜택시로 생각해 불러 세웠다가, 기사가 ‘다른 예약이 된 택시’라고 하자 택시의 빈 차 표시등을 부수는 등 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나타나자 이 남성은 수그러들기는커녕 한층 더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나인기(43) 경사는 “위력 행사뿐 아니라 언어폭력이 심한 편이었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순찰팀이 지구대로 복귀한 뒤에도 신고와 출동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다. 현장 경찰관들이 피의자와 몸싸움을 하다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근무 중 짬을 내 허기를 달래던 한 경찰관은 “당장 오늘 오후에도 출동을 나가 여기저기 긁혀 온 경찰관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인치된 사람 중에는 바닥에 용변을 보고 닦은 휴지를 경찰관 얼굴에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만취자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헛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구대에서는 지난달 차량 운전자가 검문하는 경찰관을 칠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경찰관이 과태료를 체납한 차량을 발견해 갓길에 차를 세우도록 유도한 뒤 운전석 쪽으로 갔더니, 운전자가 “바쁜 사람 잡고 뭐하는 짓이냐”며 앞바퀴로 나 경사의 발등을 밟고 지나간 것이다. 이 운전자는 결국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검거됐다.

공권력을 무시하는 이러한 행태는 매일 전국의 치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발생 건수는 1만120건으로 이 중 92.9%(9398건)가 경찰 대상이었다. 지난 4일 대구에서는 경찰·소방관을 흉기로 위협한 50대 남성이 테이저건을 맞고 붙잡혔다. 6일 충남 천안에선 1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음주 단속 중인 경찰에게 돌진해 중상을 입혔고, 11일 전북 진안에서도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달아나던 50대 운전자가 경찰차를 들이받아 경찰관을 다치게 했다.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연 1만 명에 달하지만, 구속률은 5% 안팎을 맴돈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사범의 구속률은 2014년 10.7%, 2016년 10.2% 등 10%를 오르내렸으나 이후 급감해 2021년엔 5.2%, 2022년엔 5.6%에 그쳤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법원의 양형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제복 입은 경찰관, 공무 수행 중인 공무원에 대한 폭행·협박·모욕 등을 시민 대 시민의 문제가 아니라 범법자와 국가 사이의 문제로 바라보고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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